山本文緖의 「みんないってしまう」 (續) - 번역 [飜譯]/일한번역 [日韓飜譯]
모두 가버리다 (下)
김이 빠져버린 우리는 장소를 옮겨 커피라도 마시자고 일어섰다. 레지에게 돈을 내고 식당을 나온 순간, 갑자기 그녀가 내게 물었다.
‘도쿄타워 올라간 적 있어?’
‘...도쿄타워ㅡ’
난 걸음을 멈췄다. 그 단어를 듣는 순간, 잊고 있던 추억이 한꺼번에 몰려와 가벼운 현기증 같은 것 까지 느끼면서, 난 ‘아아’하고 중얼거렸다.
‘에미짱이 말하지 않았으면 일생 잊어버렸을 거야. 나, 가본 적 없어.’
‘나도.’
‘나루이군과 갈 약속 했었어.’
‘나도. 그게 끝이었어. 왠지 모르게 기회를 놓쳤어. 아이들은 학교 소풍으로 간 것 같은데, 도쿄에 살고 있으면서 일부러 가는 것도 귀찮고.’
서로의 기분은 이제 그것만으로 확실하게 알았다. 오늘은 특별한 볼일도 없고, 있었다고 해도 그런 건 그만두었을 것이다. 우리들은 택시를 잡아타고 도쿄타워로 향했다. 오늘을 놓치면 이제 두 번 다시 갈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였다.
세상은 벌써 여름휴가인가보다. 도쿄타워의 입장권 매장에는 부모자식팀이 몇 쌍이나 있었다.
흥분된 우리들은 그들을 떠밀 듯 하며 전망대로 올라가는 승강기를 탔다.
쑥쑥 올라가는 승강기가 멈춰서고 문이 열리자, 나와 그녀는 와 하고 소리를 내면서 유리에 얼굴을 가까이 하고 빌딩의 파도가 이어지는 거리를 내려다보았다. 잔돈을 넣고 망원경을 들여다보고, 지루해지면 옛날이 그리운 기념 메달을 만들었다.
한껏 들떠 지쳐버린 우리들은 소프트크림을 사들고 벤치에 앉았다. 눈앞의 커다란 유리창 저편에는 석양으로 물든 도쿄의 하늘이 있었다.
‘생각처럼 높지는 않네.’
그녀가 입술을 크림으로 허옇게 하면서 말했다.
‘맞아. 선샤인 편이 박력 있어.’
‘나, 요전에 손주하고 도청에 갔었는데, 역시 굉장했어.’
나른하게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는 소프트크림을 핥았다.
이 타워가 세워졌을 때, 우리들은 같은 남자와 사랑을 하고 있었다. 통근전차 안에서, 하루하루 높아지고 있는 철근 탑을 보면서, 저것이 완성되면 나루이군과 데이트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들떴었다. 하지만 그는 내 앞에서 모습을 감췄다. 울고 또 울고, 그래도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부모 앞에서는 울 수는 없으니까 한밤중에 혼자 울고, 실연한 것쯤으로 회사를 그만둘 수도 없어, 괴롭지만 매일 회사에 다니면서 일을 했다.
이 괴로움에서 도망칠 수 있을까 절망하고 있었다. 그래도 놀랄만한 사이에 다시 일어서서 난 회사 사람과 결혼을 했던 것이다.
‘나루이군, 무슨 생각이었을까?’
그렇게 말하며 그녀가 픽픽 웃는다.
‘화과자집 도련님으로 밝고 기분 좋은 사람이었지만, 집이 여러모로 복잡했다니까 내심 외로웠는지도 몰라.’
‘그래, 나루이군의 아버지 세 번이나 아내를 바꿨다고 들었어.’
이런 일 아니었으면 죽을 때 까지 떠오르지도 않았을 그의 옆얼굴을 난 갑자기 생각해냈다. 웃고 있어도 어딘가 어두운 그늘이 있었다. 젊었던 난 거기에 끌렸다고 생각된다.
‘저세상에 갈 즐거움이 생겼네.’
우리들은 피곤한 다리를 흔들었다.
‘정말. 하지만 아직 멀었어.’
‘맞아. 우리 부모는 곧 90인데도 게이트볼이니 노인회 여행이니, 믿을 수 없을 만큼 건강하니까’
그 때 그녀의 백 속에서 휴대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서둘러 전화를 받은 그녀는, ‘네, 네, 어둡기 전에 돌아갈게.’ 라고 웃으면서 대답하고 있었다.
전화를 끊자, 손주야, 라며 어색하게 에미짱은 웃었다.
이제부턴 자주 만나자고 약속을 하고, 우리는 헤어졌다.
역시 피곤해서 택시를 타고 나는 막 이사한 방으로 돌아왔다. 아직 지리가 머리에 들어있지 않은 나는, 김이 빠질 정도로 금방 자동차가 맨션에 도착해서 놀라고 말았다.
엘리베이터로 6층에 올라가 열쇠로 문을 열었다. 정체된 더운 공기가 울컥 다가온다.
에어컨은 켜지 않은 채 창문을 열었다. 내려다 본 도회 거리에 불이 커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난 천천히 자신의 새로운 방을 돌아봤다.
작은 원룸 방. 난 여기서 혼자 생활을 막 시작했던 것이다.
평범한 인생을 보내왔던 느낌이었고, 실제로 그랬다고 생각된다. 사내(社內)연애를 해서 결혼하고, 당시의 습관대로 회갑 퇴직을 했다.
곧 아들이 태어나, 교외의 작은 집에서 쭉 살았다. 아이는 한명밖에 생기지 않아, 아들이 학교에 들어가자 한가해져서 전부터 좋아했던 뜨개질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터미널빌딩 안에 있는 수예점에서 파트 일을 시작하고, 학생을 모아 가르치게 되었다. 10년, 20년을 그곳에서 일하는 가운데, 난 수예점 본사에서 기획과 디자인을 돕게 되었다. 지금도 그 일을 계속하고 있다.
남편과는 특히 아무 문제가 없었다. 크게 싸움을 한 적도 없고, 어느 편인가 하면 사이좋은 부부였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오랜 세월 속에서 남편에 대한 애정이 조금씩 조금씩 마모되어갔다.
남편은 지난 해 정년을 맞이하여, 자신이 태어난 신슈(信州)에 땅을 사고, 그곳으로 이사해 살 결심을 했다. 하지만 난 아무리 해도 따라 갈 미음이 들지 않았다. 남편과 사는 것이 싫은 것이 아니다. 다만, 남편이 간다면 당연 나도, 라는 발상이 아무래도 이해되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신슈(信州) 같은 데 가기 싫었다. 농사일 비슷한 건 하기 싫다. 내가 하고 싶은 건, 니트의 새로운 디자인을 생각하거나, 친구와 만나거나, 영화나 연극을 보거나, 좋아하는 걸 먹고, 좋아하는 만큼 책을 읽거나 자거나 일어나거나 하는 일이다.
그렇게 솔직히 남편에게 전했다. 남편은 화내지 않았고 한탄하지 않았다. 마치 내가 그렇게 말하는 것을 예상하고 있었던 것처럼, 자신이 사무용으로 가지고 있던 이 맨션을 내게 양보했다. 가끔씩 놀러와 줘, 라고 말을 남기고 남편은 도쿄를 떠났다. 이혼한건 아니고, 호적 같은 것 이제 어떻든 상관없게 되어 있다.
아들은 벌써 결혼했고, 전근하여 지방에서 살고 있다. 나를 혼자 살게 하는 것이 걱정된다고 말했는데, 난 팍삭 늙은 노인이 아닌 것이다. 아직 얼마든지 일할 수 있고, 혼자서 뭐든 할 수 있다.
모두 가버리는구나. 난 자신 홀로의 작은 방을 바라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이 손안에 확실히 있었다고 생각한 것이 모두 손바닥으로부터 흘러나가고 말았다.
영구히 계속되는 건가 생각했던 것도. 처음 겪은 심한 실연도, 행복했던 신혼시대도, 자식 기르기도, 남편이 돌아오지 않는 고독한 밤도, 교외의 집에서 오래 이어진 일상생활도 모두 과거가 되었다.
그 때 돌연 방 안이 확 밝아졌다. 깜짝 놀라 창에 눈을 돌리자, 밤하늘 가득히 불꽃이 퍼지는 게 보였다.
난 얼른 베란다에 나갔다. 팔랑팔랑 불가루가 나르고, 불꽃이 밤하늘로 빨려 들어갔다. 어디서 쏴 올리는 걸까.
‘안녕하세요.’
여성의 밝은 목소리가 났다. 나는 그쪽을 돌아보았다. 옆집에 살고 있는 젊은 여자아이가, 캔맥주를 손에 들고 방긋방긋 웃고 있었다.
‘안녕. 오늘은 불꽃놀이 대회인가.’
‘네, 구장(球場)에서 쏘아 올리는 것 같아요.’
‘와아, 굉장하네.’
그때 또 밤하늘에 빠앙 하고 불꽃이 피어났다. 나와 옆집 여자아이는 동시에 ‘다마야아’ 하고 소리를 낸다. 철책 너머로 우리들은 얼굴을 마주 보며 웃었다.
하나 잃어버리면 하나 받는다. 그렇게 해서 또 매일은 돌아간다. 행복도 절망도 잃어가고, 이윽고 잃은 것 마저 잊어버린다. 그저 흘러간다. 생각지도 않은 아름다운 강기슭까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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