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김춘수님의 시 3편을 번역해보았습니다   -   번역 [飜譯]/韓日飜譯 [한일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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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춘수

늪을 지키고 섰는

저 수양버들에는

슬픈 이야기가 하나 있다.

 

소금쟁이 같은 것 물장군 같은 것

거머리 같은 것

개밥 순채 물달개비 같은 것에도

저마다 하나씩

슬픈 이야기가 있다.

 

산도 운다는

푸른 달밤이면

나는

그들의 슬픈 혼령(魂靈)을 본다.

 

갈대가 가늘게 몸을 흔들고

온 늪이 소리없이 흐느끼는 것을

나는 본다.

 

 

물망초

                              김춘수

부르면 대답할 듯한

손을 흔들면 내려올 듯도 한

그러면서도 아득히 먼

그대의 모습

하늘의 별일까요

꽃피고 바람 잔 우리들의 그 날

날 잊지 마셔요

그 음성 오늘 따라

더욱 가까이에 들리네

들리네...

 

바위 -  김춘수

바위는 몹시 심심하였다. 어느 날, (그것은 우연(偶然)이었을까,) 바위는 제 손으로 제 몸에 가느다란 금을 한 가닥 그어 보았다. , 얼마나 몸저리는 일순(一瞬)이었을까, 바위는 열심(熱心)히 제 몸에 무늬를 수()놓게 되었던 것이다. 점점점 번져 가는 희열(喜悅)의 물살 위에 바위는 둥둥 떴다. 마침내 바위는 제 몸에 무늬를 수()놓고 있는 것이 제 자신(自身)인 것을 까마득히 잊어 버렸다.

바위는 모르고 있지만, 그때부터다. 내가 그의 얼굴에 고요한 미소(微笑)를 보게 된 것은……{바위야 왜 너는 움직이지 않니, } 이렇게 물어 보아도 이제 바위에게는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