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村上春樹)의 21일간 터키 일주 (12) - 번역 [飜譯]/일한번역 [日韓飜譯]
크루드인 문제는 매우 까다롭고 뿌리 깊은 문제다. 크루드는 7세기부터 존재하였고, 고유문화와 언어를 가진 민족이면서도 자기들의 나라라는 걸 거의 갖지 못했던 비극적인 민족이다. 1차대전 후의 민족자결(民族自決)에서도 제외되어, 현재도 터키・이라크・이란 3개국에 걸친 지역에 살고 있다. (시리아와 소련에도 조금 있다).
크루드인은 자긍심이 강한 인종이며, 아랍인이나 터키인과의 동화를 싫어하여 어느 나라에 있으면서도 격심한 독립분리운동을 일으켜 탄압 당하고 있다. 크루드인의 수는 분명치 않으나 대체로 총 천만명에서 2천만명, 터키에는 그 중 800만명이 살고 있다는데, 정부가 취하고 있는 강압적인 동화정책 때문에 그들의 문화 활동은 음악이나 출판도 포함하여 공식적으로는 금지되어 있다. 예를 들어 영화 [길]의 감독인 고 유르마즈 규네이는 크루드인으로, 그 때문에 정부에서 철저한 탄압을 받고, 몇 번이나 형무소에 들어갔었다. 형무소 안에서 [길]을 감독한 건 유명한 이야기다.
여기서부터 이야기가 까다로워지는데, 이라크 국내의 크루드인 분리독립운동을 이란이 지원하여 무기를 지원했다. 왜? 이란・이라크전에서 이라크의 후방을 교란시키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이란・이라크전이 갑자기 휴전하자, 크루드인의 문제는 이란 겔리라인에 있어 2층에 올라갔는데 사다리를 치워버린 격이 되었다. 전선에서의 전투에서 해방된 이라크군은 전투부대의 주력을 크루드인 진압에 주입되었다. 이라크 정부로서도 지금까지 골치를 썩혀오던 크루드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절호의 찬스였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앞서 이야기한 터키의 아르메니아인 운명과 흡사하다. 대국의 거래에 휘둘리는 소수민족의 비애다. 그러나 이라크군부대도 장소가 깊은 산속인데다가 크루드인들은 형편이 나빠지면 바로 국경 저편으로 도망쳐버리기 때문에 쉽사리 진압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마을을 완전히 포위한 다음 독가스 폭탄을 사용하여 여인도 어린이도 다 몰살시켜버리는 작전을 취했다. 얼마만큼 죽였는지는 분명치 않다. 2만이라고도 3만이라고도 한다. 조사를 하지 않으니 실제 수는 알 길이 없다.
크루드인은 그래서 산을 넘어 국경을 돌파하여 대부분 터키로 도망쳤다. 이란은 그러한 경위가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터키 경유로 크루드 난민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난민수가 도합 10만명에 달하니 이란으로서도 그렇게 많이는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이란으로서도, 터키로서도 크루드인을 너무 많이 받아들이면 국내의 민족문제에 불이 붙어버리기 때문이다. 특히 터키에서는 그러잖아도 인간문제가 폭발직전에 이르도록 심각화 되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라크 정부의 요구대로 크루드 난민을 강제 송환하면, 이번에는 국제적 여론으로부터 몰매를 맞게 된다. 특히 미국 정부는 터키의 난민 받아들이기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그런데 터키정부로서는 이라크와 일을 만들고 싶지 않은 사정도 있다. 왜냐하면 터키는 석유공급을 전면적으로 이라크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라크로부터의 석유공급이 두절되면 터키 경제는 파멸하고 만다. 그래서 이라크 군부대가 크루드인을 쫓아내어 터키 쪽으로 넘어와도, 대놓고 이라크군의 행동을 비판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터키정부는 크루드 난민과 외국인 저널리스트의 접촉을 금지시켰다. 독가스 사용문제를 공표하여 이 문제로 이라크 정부를 자극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각국의 이해관계와 속셈이 굉장히 복잡하게 엉켜있는 것이다. 어찌되었건, 터키군은 때마침 이 시기에 육군 부대를 이라크 국경에 대량으로 이동시켜 계엄령에 가까운 태세를 취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건 첫째로 더 이상의 크루드인 유입을 막기 위해서이며, 두 번째로 터키에 거주하고 있는 크루드인의 불온한 움직임을 억제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세 번째로 외국과 크루드난민과의 접촉을 잘라내기 위해서였다.
아무튼 그러한 소동의 한가운데로 우리는 –이유도 잘 모르는 채– 들어가버렸던 것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도, [참으로 뭐가 노 프로블렘인가, 무엇이 평화 그자체인가!] 어이가 없다.
*
반시를 떠나 핫카리로 향했다. 아직 9월인데 아침 공기는 싸늘했다. 춥다고 하기 보다는 예리하다고 하는 편이 가까운 싸늘함이다. 빛이 눈부셔 선글라스를 쓰고 운전을 했는데도 아직 눈이 아프다. 한동안 곧은길이 이어진다. 둘레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저 평원이 펼쳐져있을 뿐이다. 푸른 풀이 우거지고, 군데군데 양떼가 보인다. 눈 녹은 물이 고여 있는 계류라던가 습지도 보인다. 도로에는 개가 몇 마리나 치여 죽어있다. 내장이 들어난 것도 있다. 피자처럼 납작해져있는 것도 있다. 모두 방목하는 양이나 개다. 차가 가까이 가면 적이라고 생각하고 덤벼들어, 그래서 치이는 것이다. 불쌍하다는 생각은 들지만 사실 무섭기도 했다. 우리도 이 길에서 몇 번이나 커다란 개의 습격을 받았다. 그들은 바보인지 용감한 건지 (양쪽일 게다) 눈곱만큼도 무서워하지 않고 시속 100킬로로 달려든다. 차 앞에 뛰어들어 벌떡 서서 막으니까 이쪽도 필사적이다. 마주 오는 차도 없으니 어떻게든 피하려고 하지만, 혹시 대형차나 후속차가 있다면 어쩔 수 없이 딱해도 그냥 치어죽일 수밖에 없다. 스피드를 줄이면 차와 함께 달리면서 도어에 쿵쿵 몸을 들이박는다. 이쯤 되면 바로 스티븐 킹의 [쿠조(Cujo)]의 세계다.
개는 모두 크고 흉포했다. 절반은 들개라고 해도 무방하리만큼 사나왔다. 바이크나 자전거로 여행하는 사람들은 이런 것에 습격당하면 단숨에 가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나는 때때로 차에서 내려 조깅을 하고 싶었으나 개의 습격이 무서워 터키에서는 결국 한번도 하지 못했다. 실은 몇 년 전에 한번 터키정부가 전국적인 들개 잡이를 시도한 적이 있었는데, 서구 동물애호단체의 항의로 단념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개에게 잡아먹히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드디어 도로는 산으로 들어섰다. 초원은 사라지고 먼지가 낀 듯한 풍경이다. 표고 2700미터의 고개를 넘자 바람이 갑자기 강해졌다. 벌써 이곳은 겨울바람이다. 이라크・터키 국경 부근 산에서, 이 산을 넘어 국경을 돌파하려던 크루드인 부녀자가 8월에 많이 동사했다고 한다. 그만큼 춥다. 산을 넘자 그곳은 벌써 핫카리 지역이었다. 길이 갑자기 고약해진다. 일단은 아스팔트도로인데, 군데군데 길이 함몰하여 구멍이 나 있었다. 함몰주의 입간판은 물론 세워있었으나 작아서 잘 보이지 않았다. 노면이 절반 이상 몽땅 없어진 곧도 꽤 있었다. 다리도 떨어져나갔다. 도로를 수리한 곳은 아스팔트를 깐 채이기 때문에 자동차의 타이어 박스가 코르타르로 금방 끈적끈적해져버린다. 도로 수리현장을 보고 있자니 이건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골짜기 옆길인데, 제대로 기초를 닦지 않고 길을 그냥 편편히 한 다음 그 위에 곧바로 아스팔트를 깔아버린다. 그러니까 조금만 비가 외도 바로 갓길이 무너진다. 그래서 구멍투성이가 된다. 가끔씩 그곳에 박힌 차가 도로변에 뒤집혀있었다. 와일드・웨스트이다.
이 가도 연변의 마을이 또한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우울해지는 곳이었다. 한번 차이하네에 들어가 차이를 마셨다. 인상 나쁜 남자가 세명 있었는데, 한사람이 (난 밀수업자를 실제로는 한번도 본 적 없지만, 아마도 이런 얼굴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상상했다) 터키어로 내가 차고있던 시티즌의 다이버・시계의 값을 물어왔다. 가르쳐주자 모두들 그것에 대해 1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고 나서 우리가 타고 온 미츠비시 파제로의 값을 물었다. 가르쳐주자, 그것에 대해 또 10분 정도 쑥덕쑥덕한다. 그들은 물건값에 극단적이리만큼 호기심을 안고 있었다. 이대로 여기서 죽임을 당하고 통째로 벗겨지는 게 아닌가 하는 분위기였다. 차이하네 주인에게 화장실이 어딘가 묻자, 그런 건 없다고 한다. 필시 밖에서 소변을 볼 것이다. 아무튼 소변이라도 끼얹는 편이 깨끗해질 듯한 마을이기는 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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