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村上春樹)의 21일간 터키 일주 (3)   -   번역 [飜譯]/일한번역 [日韓飜譯]

 

[빵과 차이]

솔직히 말해 터키요리가 맞지 않았다. 우선 첫번째는 고기요리 중심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거의가 양고기다. 난 고기라는 걸 일상적으로 그다지 먹지 않을 뿐더러 양은 더더욱 입에 대지 않는다. 또한 기름진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야채 요리도 풍부하나 레스토랑에서 나오는 터키요리는 몽땅 조리과다에다 맛의 톤이 진했다. 그래서 야채 자체의 맛보다는 조리 맛 쪽이 강할 때가 많아 식당에 들어가 냄새를 맡는 순간 식욕이 없어질 정도였다. 터키의 레스토랑은 한국요리점과 마찬가지로 한 발짝 안으로 들어가면 독특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그러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구미가 당기겠지만 그런 것에 약한 사람들은 상당히 힘들다.

 

물론 나는 터키요리의 질을 비방하려는 게 아니다. 터키인은 터키요리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요리라고 진지하게 주장하고 있고, 또 어느 가이드북을 읽어봐도 터키요리의 넓은 버라이어티와 높은 질에 대해 상당한 페이지를 할애해 가며 설명하고 있다. 언젠가 나폴레옹3세가 황후와 함께 터키를 방문했을 때, 오스만터키 황제의 만찬 초대를 받았는데, 음식을 먹은 황후가 감동하여, 데리고 온 궁정요리장에게 [이 요리의 레시피를 터키요리장에게 가서 물어오라]고 명했다는 정도로 훌륭한 요리라고 한다. 이 이야기에는 확실히 끝맺음이 있었던 것 같은데, 어떤 끝맺음인지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어찌 되었건 그래도 난 미안하지만 입에 맞지 않았다. 요컨대 터키요리의 질이 어떻다는 게 아니라 나하고는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것일 뿐이다. 몇 번 레스토랑이나 케밥점에 들어가 시도해보았으나 실패했다. 나뿐이 아니라 마츠무라군도 싫어했다. 아무리 애써도 그 냄새에 익숙해질 수가 없다. 두 사람 다 세상에서 그다지 평판이 좋지 않은 그리스요리는 매우 맛있게 먹고 다녔으니 이상하다면 이상한 일이다.

 

그래도 처음엔 이스탄불에서 흑해연안을 돌고 있었기 때문에 생선을 먹으면서 견딜 수 있었다. 매일 소금구이 생선과 토마토 샐러드를 먹었다. 생선 종류는 대체로 일본과 같았다. 고등어 비슷한 것부터 가다랭이 비슷한 것까지 다양했다. 레스토랑에 들어가 그릴로 해 달래거나, 생선가게에서 구입하여 프로판 화로로 구워먹거나 했다. 흑해연안에 있는 트램슨이라는 곳에서 들어간 생선전문점은 상당히 유니크하고 재미있었다. 일본으로 말하자면 대중식당에 해당하는 곳으로, 그 근처 아저씨가 합성수지 테이블에 합석하여 다 같이 묵묵히 생선을 먹고 있는 것이다. 생선을 굽는 예의 고소한 냄새도 난다. 주문을 받으면 생선을 손질하여 구워준다. 생선전문점으로 그 밖에는 아무것도 없다. 맛있을 것 같아 들어가 봤는데 역시 상당히 맛이 있었다, 라고나 할까 특별히 쓸데없는 양념을 하지 않은 산뜻한 맛이었다. 이것과 토마토 샐러드와 빵을 먹었다. 우리는 제일 비싼 가다랭이 맛과 비슷한 생선을 주문했는데, 살이 꽉 찬, 길이 30센티 정도의 것이 1인당 한 마리씩 덜커덕 나오니 도저히 다 먹을 수가 없었다. 절반을 남겼다. 음료수까지 마시고 2인분에 800엥 정도였다. 터키로서는 상당히 비싼 가격이다. 유럽 어디서나 그랬지만 아무리 해안지방의 거리라도 생선요리는 육류요리에 비해 비쌌다. 자세히 보니 둘레의 서민 아저씨들은 (물론 이런 곳의 손님은 전원 남자다. 종업원도 남자) 모두들 150엥 정도의 고등어 같은 걸 먹고 있었다. 그것도 꽤 맛있어 보였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흑해를 돌고 있는 동안은 계속 생선을 먹을 수 있었다. 그런데 흑해를 따라 소련국경까지 가, 거기서부터 내륙을 향해 남하하자 그때부터 절망이었다. 완벽하게 양고기밖에 없는 것이다. 어디를 보나 양, , 양이었다. 길을 걷고 있어도 계속 양이 스쳐 지나가고, 정육점을 들여다보면 홀랑 벗긴 양이 걸려있고, 레스토랑에 들어가면 양 밖에 없다. 거리 전체에서 양 냄새가 난다. 지폐 대신에 양이 사용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그만큼 양 중심의 문화였다.

 

큰일이네, 어쩌지요, 저 양 못 먹어요. 그걸 먹으면 뱃속이 이상해져요라고 마츠무라군이 말한다. 난 뱃속이 이상해지지는 않지만 그 냄새를 맡으면 위가 꽉 조인다. 식욕 같은 건 전혀 나지 않는다. 낭패였다. 지금부터 몇 주일 터키지방을 돌아야 하는데, 이래가지고는 몸이 견디지 못할 것 같았다. 일본음식을 어느 정도 자동차에 싣고 왔으니 통째로 굶는 일은 없겠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 터키 요리가 이 정도로 몸에 맞지 않을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좀 맞지는 않아도 어떻게 되겠지 하고 쉽게 생각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자취를 하면 되지 않나 할 것 같은데 그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었다. 식료품점에 들어가 봐도 그곳에 있는 건 터키 풍으로 확실하게 조리한 식품 통조림뿐이다. 물건도 한정되어 있고, 이른바 서구적 식품이라는 건 별로 없었다. 예를 들어 그 흔한 콘비프 통조림을 사고자 해도 이게 없는 것이다. 이런 점도 예상 밖이었다.

 

결국 터키여행 중 우리의 식생활을 겨우 지탱해준 것은 빵과 야채와 치즈와 차이였다. 내가 터키에서 제일 마음에 든 것, 그건 빵이다. 이어 차이하네(차이를 내는 카페). 아무튼 터키의 빵은 두말할 필요 없이 맛있다. (어느 가이드북에도 그런 건 한마디도 적혀있지 않았다. 이상한 일이다). 터키 빵에는 커다랗게 부풀린 보통 타입과, 또 넓적하고 희끄무레한 것 두 종류가 있는데, 어느 쪽도 덜하거나 지지 않을 만큼 맛있다. 내가 다양한 나라에서 여태껏 먹어본 빵 중에, 평균 수준으로 치자면 터키 빵이 가장 맛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시골에 가면 이 빵이 말할 수 없이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