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村上春樹)의 21일간 터키 일주 (2)   -   번역 [飜譯]/일한번역 [日韓飜譯]

 

여러 가지 부정적인 것들을 써왔다. 그러나 나는 사실 터키 군인 한사람 한사람에 대해 나쁜 인상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 내가 약간 지겨워하는 것은 그러한 경직된 체제이며, 사대주의이며 관료주의이며, 거창한 남성적 군국주의다. 군인 한사람 한사람을 두고 볼 때, 우린 터키여행 중 그들과 연관된 기분 나쁜 느낌을 거의 받지 않았다. 그들은 소박하고 붙임성 있고 호기심이 왕성한 예컨대 어쩔 수 없을 정도로 터키인다운 터키인이었다. 멀리서 보면 자못 터프하고 우락부락하지만 곁으로 다가가서 이야기를 나누면 그들이 극히 보편적인 터키 시골 청년들임을 알 수 있다. 언뜻 보기에도 농사꾼 자식들이다. 그건 얼굴 모양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렇게 말하면 좀 뭣하지만 돈이나 지성과는 그다지 인연이 없는 청년들이다. 그리고 어느 쪽인가 하면 지극히 아시아적인 얼굴 모양을 하고 있다. 징병되었을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직업이 없어 군인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또 그들은 결코 영웅적 타입은 아닐 것이라고 난 느꼈다. 그리고 그들은 이건 아마도 나의 나이가 그렇게 느끼는 건지도 모르겠는데 정말 아이처럼 보였다. 엉뚱한 장소에 내던져진 아이들 같이 보였던 것이다.

 

몇 차례 히치하이크 군인을 차에 태워준 적이 있다. 믿기 어려운 이야기지만 터키에서는 복무중의 군인이 히치하이크를 하는 것이다. 그들은 보통 2인조가 되어 기관총이나 지뢰 등을 들고 땡볕 아래를 터벅터벅 걷고 있다. 그리고 차가 오면 손을 들어 세우고는 목적지까지 태워달라고 한다. 우린 처음에 군인이 손을 흔들고 있어 검문인가 뭔가 생각하고 허둥지둥 차를 세웠다. 그런데 대부분 기지까지 태워주지 않겠는가라고 부탁을 할 뿐이다. 태평스런 군대이다. 가는 길이므로 태워주는 건 전혀 상관없는 일인데, 바닥에 놓인 기관총이 목덜미를 향하고 있거나 하면 아무리 안전장치가 채워져있다고 해도(채워져있겠지?) 그다지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핸들을 잡은 손에 땀이 나고 만다.

 

그런데 그 무기와 장비의 무시무시함에도 불구하고 그들 개개인은 이상하리만큼 우리에게 공포감 같은 걸 주지 않았다. 어느 편인가 하면 왠지 모르게 그들에게 안됐다는 마음이 들 뿐이었다. 그들은 우리 차에 타고 있으면서도 항상 긴장하고 있었다. 일본인이 운전하는 차에 타게 되다니,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일 것이다. 그들은 차 안을 무척이나 신기한 듯 둘러보고, 라디오카세트를 만져보거나 카메라에 대해 저희끼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거나 했다. 그들 눈 속에는 긴장과 호기심이 서로 싸우면서 극한상태에 까지 달해있음이, 룸미러에 비춰지고 있어 웃음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그들의 표정은 장난감이 하나 가득한 방에 놓여진 아이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터키어를 할 수 있었다면, 혹은 그들이 영어를 할 수 있었다면 더 많은 대화를 나누었겠으나 유감스럽게도 우린 극히 간단한 터키어와 영어로 조금 밖에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 그래도 담배 한가치나 껌 한 개로 그들과는 꽤 통할 수 있었다.

 

이런 느낌은 이상할는지 모르지만 그들은 아시아 군인이었다. 그들은 내가 여태껏 보아온 미국이나 유럽 군인과는 느낌이 전혀 달랐다. 내겐 미국이나 유럽 군인보다, 그들이 안고 있는 심정을 말이 통하지 않더라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건 같은 아시아인이기 때문이라는 단순한 이유에서만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그건 그들의 눈 속에 뭔지 모르는 단순한 것이 어쩌면 굴곡 되지 않은 것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리라.

 

우리들이 터키 군인이라는 언어에서 상상되는 것은 예를 들어 아라비아의 로렌스에 나오는 거칠고 잔혹한 터키 군인이다. 하지만 난 생각하건대 그건 유럽인이 본 터키이다. 그러나

일본인인 나의 눈으로 보았을 때 그들은 별로 거칠지도 잔혹하지도 않았다. 보통으로 보였다. 그들은 어디에나 있는 보통 시골 청년들이었다. 한때 일본의 옛 군대를 받들던 그런 층의 청년들인 것이다. 무지하고 소박하고 가난하며, 고통을 견디는 것에 익숙하다. 상관이 뭔가를 주입시키면 간단히 믿고 따른다. 그들도 경우에 따라서는 거칠어지기도 잔혹해지기도 할 것이다. 모든 국가의 모든 군대 병사와 마찬가지로. 하지만 지금, 이렇게 커다란 NATO 소총을 안고, 맛있다는 듯 말보로를 피우고 있는 그들은 거칠지도 잔혹하지도 않다. 그냥 아이다.

 

동부국경에서 우린 하루에 열 번 이상 검문을 당했다. 그때 마다 총을 들이댄다. 그러나 섬뜩했던 건 한번 뿐이었다. 베레모를 쓴 특수부대에 정지당했을 때였다. 그들은 보통 군인이 아니었다. 그들은 엘리트이고 진짜 프로였다. 우선 눈초리가 달랐다. 상대를 발가벗기는 듯한 눈초리였다. 그리고 유럽인 얼굴을 하고 있었다. 터키의 아시아 사이드가 아닌, 유럽 사이드 얼굴이었다. 싸늘한 푸른 눈이었다. 그들은 우리 패스포드를 철저하게 체크했다. 태도는 예의 바르고 쿨했다. 그런데 그게 우리를 무척 섬뜩하게 했다. 그 다음 바로 아시아 얼굴 군인에게 검문을 당했는데 난 오히려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는 내 패스포드를 제대로 보지도 않고 차 안을 신기하듯 훑어보았다. 그리고는 혹시 담배 없나?’ 라고 묻었다. ‘없소라고 내가 대답하자 유감스러운 듯 빙긋 웃더니 가도 좋다고 했다. 대체로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