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하루키(村上春樹)의 21일간 터키 일주 (1) - 번역 [飜譯]/일한번역 [日韓飜譯]
차이와 군인과 양 – 21일간 터키 일주
[군인]
터키는 군인이 많은 나라다. 전시체제하의 나라를 별도로 한다면 이만큼 군인이 많이 눈에 띠는 나라는 별로 없을 것이다. 게다가 군인뿐 아니라 경찰 수도 많다. 아무튼 제복을 입은 인간이 무지하게 많다. 기지 수도 많고 거리를 어슬렁거리는 군인 수도 많다.
또 터키에서의 군인과 경찰 사진 촬영은 엄금이다. 그러니까 거리 풍경을 찍고자 할 때는 원칙적으로 말해 그곳에 군인과 경관이 없음을 확인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경찰이나 헌병대에게 [잠깐 따라오시오] 하면서 끌려가 조사를 받게 되고, 필름을 끄집어낸다. 이쪽에 전혀 군인이나 경관을 찍을 의도가 없었다고 해도 결과적으로 그들 모습이 찍혀있으면 좋지 않은 일을 당하게 된다. 시간도 허비하고 기분까지 고약해진다. 우리도 이스탄불 거리에서 한번 그런 일을 당했다. 그들은 진지한 것이다.
그야 남의 나라 일이고, 나름대로 사정도 있을 터이니, 여행자 눈으로 사물을 보고 단순하게 이것저것 판단 비슷한 걸 할 이야긴 아닌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왜 그처럼 자잘한 일에까지 일일이 신경을 써야 하는지 난 잘 이해되지 않는다. 우선 첫째로 우리는 근무 중인 군인을 찍은 게 아니고 휴가 중인 군인의 사진을 찍었을 뿐이다. 둘째로 그것도 그 해군에게 사진을 찍어도 좋은지 묻고 오케이 대답을 받고 찍었다. 그들은 포즈까지 취해주었다. 그런데 그때 사복경관이 나타나서 마쓰무라군을 경찰서로 끌고 간 것이다. (맞다, 거리에는 사복경관도 그득하다). 말도 하기 전에 필름을 빼냈다. 난 잘 모르겠다. 어째서 휴가 중의 군인을 찍는 것이 군사기밀에 저촉되는지. 그로 인해 터키의 어떠한 국익이 위협당하는 것인지.
휴가 중의 군인을 찍으면, 그의 제복에서 어떤 부대가 휴가를 취하고 있는지 알아낼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요즘 같은 하이테크 정보전쟁 시대에 일일이 이스탄불 공원에서 햇볕을 쬐고 있는 해군의 제복 사진을 찍어 그것을 단서로 하여 부대이동을 알아내려는 귀찮은 일을 도대체 누가 한단 말인가. 만약 진정으로 그런 것들을 염려하고 있다면 이건 뭐 완전한 사대주의 신경증이다. 나는 터키라는 나라를 그런대로 좋아하기 때문에 굳이 말하고자 하는데, 만약 수많은 서구인이 터키에 대해 안고 있는 [미드나이트 익스프레스]적 편견이라던가. 어두운 이미지 등을 조금이라도 불식하고 싶다고 진심으로 생각한다면, 이러한 군사적 신경 증세는 되도록 빨리 떨쳐버리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보통 여행자는 그 이유가 어떻든 간에 제복을 입은 인간이 과도하게 으스대고 있는 나라에는 호의도 경의도 갖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스에서 차로 데브로스강을 건너 한발 터키령에 들어서면 공기가 확 바뀌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우선 군인들의 얼굴표정이 다르다. 눈이 번쩍거리고, 볼이 훌쭉하고, 머리는 중처럼 박박 깎고 있다. 그러한 군인들이 자동소총이나 기관총을 들고 구멍이 나도록 빤히 표정 없이 이쪽을 노려보고 있는 것이다.
물론 터키・그리스 국경은 뜨거운 국경이다. 그리스인과 터키인은 견원지간이기 때문에 때때로 총질을 하고 쌍방 군인이 죽는다. 작은 충돌은 늘 있고, 그럴 때 마다 양국 신문의 큰제목에 애국적 문구가 난무한다. 이란인 망명자가 밤에 데브로스강을 건너 터키에서 그리스 쪽으로 빠져나가려고 한다. 그리스는 망명자를 고의적으로 도망가게 한다고 터키를 비난하고, 터키는 그리스가 이유 없는 비난을 하여 군사적으로 도발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그러니까 나름대로의 긴장감이 도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리스측도 국경부근에서는 쉴 새 없이 군대 이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국경경비를 하고 있는 실전장비 그리스 병이라고 해도 그처럼 굳은 표정은 짓지 않는다. 카메라를 향하면 싱글거리며 손을 흔든다. 탱크 사진을 찍어도 그다지 화를 내거나 하지 않는다.
그런데 다리를 건너 한 발 터키 쪽으로 들어서면 사정이 일변하는 것이다. 이쪽 사람들은 어찌해 볼 수 없을 만큼 진지하다. 전혀 웃음 띠며 손 흔들어주는 분위기가 아니다.
국경의 수속이 또한 엄하다. 특히 우리는 모든 장비를 갖춘 대형 미츠비시 바제로를 타고 갔기 때문에 체크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체크포인트가 몇 개 있고, 포인트 마다 군인이 총을 겨누고 있다. 총구는 뚜렷이 이쪽을 향해 있다. 뭔가 조그만 일이라도 있으면 바로 쏠 듯한 얼굴을 하고 있다.
물론 그들이 그렇게 되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이해는 한다. 지리적・역사적으로 볼 때 터키는 어이없을 정도로 일관된 고독한 나라이다. 예전엔 광대한 영토를 지닌 거대국으로서 20세기 초까지 근린 제국을 엄격하게 군사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생긴 역사적 알력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우선 그리스와는 철저하게 사이가 나쁘다. 이건 아마도 수복 불가능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소련에는 오랜 세월에 걸쳐 고통을 당해왔다. 뼈에 사무친 원한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반소련이라는 입장에서 NATO에는 참가하고 있는데도 좀처럼 EC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서구는 터키를 신용하지 않는다는 공기가 강하며, 이민에 대해서도 엄격한 태도로 임하고 있다. 몇 세기에 걸친 피로서 피를 씻는 터키와의 격한 투쟁 기억은 서구에서 아직 불식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또한 키프로스문제에서는 국제적으로 완전히 고립되어 있다. 터키・키프로스의 독립을 승인하고 있는 건 터키뿐이다. 이란・이라크・시리아라는 동남부국경을 접하고 있는 나라들과는 같은 이슬람교국이라고는 하되 영토문제 소수민족 이민문제 등으로 트러블이 끊이지 않는다. 결코 친밀하지 않다. 사실 우리가 동부국경을 돌았을 때는 마침 크루드인 문제가 일어나고 있었는데, 일촉즉발의 상태로 일대는 무섭게 긴장되어 있었다. 게다가 이 나라는 수많은 소수민족을 포함하여 성립한 다민족국가이기 때문에 항상 분리 독립문제가 일어난다. 끊임없는 내분의 불씨를 안고 있는 것이다.
요컨대 이 나라는 어느 방향을 봐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진정 친한 친구도 없다. 그래서 늘 미열적인 긴장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한 이유로 군인 수가 매우 많다. 게다가 원래가 여러 가지 것을 전쟁으로서, 상대를 두들겨 부숨으로서 손에 넣은 마쵸(macho) 기풍의 국가이다. 군인이 국가적인 엘리트로서 강한 권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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