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소카리비아(속)」(村上春樹)의 그리스 기행문   -   번역 [飜譯]/일한번역 [日韓飜譯]

 

 

우선 우리는 스키테에 있던, 영어를 할 수 있는 승려에게 어째서 배가 오지 않았는가 물었다. 상황은 그의 설명에 따르면단순 명확했다. 우선 (1) 우리가 기다리고 있던 선착장이 잘못되었다. 보트가 오는 곳은 산하나 더 너머에 있다. (2) 그래도 실망할 건 없다. 어차피 이런 날씨에 배는 오지 않는다. 날씨가 나쁘면 배는 곧바로 결항한다. (3) 이 계절에는 배편이 이틀에 한번이므로 배는 모레까지 오지 않고, 날씨 여하에 따라 오지 않을 가능성도 다분히 있다. (4) 가장 합리적인 해결책은 내일 아기아안나까지 자신의 발로 걸어가, 그곳에서 다후니 행 보트에 타는 것이다. 반도의 서쪽에 있는 아기아 안나 까지 가면 매일 아침 배는 한척씩 나가니까, 라는 것이었다.

아침이라니, 몇시경입니까?”

일곱시

아기아안나까지 여기서 얼마나 걸리나요?”

글쎄요, 아마 빨라도 3시간 반쯤일걸요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새벽 4시 전에 산길을 걸어갈 수는 없다. 그렇다면 아기아안나에서 하루 더 자고 다음다음날 배에 타게 된다. 그럼 34일의 허가증으로 56일이 되니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그래도 아기아안나에 가보면 아무 배든 발견할는지 모르고라고 내가 말하자

 그러네요. 어찌되었거나 가봅시다라고 편집의 O군도 말했다.

요컨대, 이로써 우리는 최초의 예상대로 반도의 끝을 다시말해 가장 험한 지역을뺑 돌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우리가 카프소카리비아의 스키테(이 스키테는 프로도롬과 마찬가지로 그란데라브라 수도원에 속해있다)에서 잠을 잔 숙소는 숙소라기보다 벽지의 초라한 공사장 노무자 합숙소에 가까운 곳이었다. 무료로 재워주었는데 군소리 하는 것 같지만 이곳은 너무 심했다. 화장실은 화장실이라고 부르기엔 너무나도 끔찍한 곳으로 난 변비라는 걸 경험해보지 못한 인간인데아무리 해도, 아무리 힘을 줘도 배변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숙소를 맡은 승려는 드라큘라 영화에 나오는 꼽추 하인처럼 추하고 음침하고 불길한 얼굴을 한, 극단적으로 불친절한 남자였다. 마슈나 클레만 같은 조용하고 교양 있는 인간과는 180도 느낌이 다르다. 쉴새 없이 중얼중얼 혼잣말을 하면서 뭔가를 발길로 차거나 문을 쾅하고 닫거나 한다. 우리가 가도 우유도 커피도 우조도 아무것도 내놓지 않았다. 이곳은 전혀 부드러운 곳이 아니었다.

 

저녁밥이 또한 심했다. 우선 빵인데, 이것이 엉망진창인 물건이었다. 언제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돌처럼 딱딱하고, 게다가 한 면에 곰팡이가 슬어있었다. 그것을 세면기에 던져 넣고는 수돗물로 불린다. 그리고는 소쿠리로 물기를 뺀 다음 내놓았다. 물로 불려주는 것만으로도 친절하다 말할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그건 도저히 인간이 먹는 음식이라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식은 콩 스프. 거기에 초를 좌르르 부어 내놓았다. “초 넣는다건강해진다라고 그는 말했다. 그건 그럴지 몰라도 맛은 엉망진창이다. 그리고 흙벽처럼 우둘투둘한 페타치즈(feta cheeze). 이건 내가 태어나서부터 먹은 페타치즈 중 가장 신 물건이었다. 아무튼 얼굴이 쭈그러질 만큼 시었다. 고혈압인 사람에게 이런 걸 먹이면 그대로 죽어버릴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배가 고프니 먹지 않을 수 없다. 다른 선택지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우린 곰팡이 난 퉁퉁 부른 빵을 삼키고 시큼한 스프를 넘기고, 시큼한 치즈를 씹었다.

곰팡이 슨 빵 먹었는데 몸이 괜찮을까요?”

하고 마츠무라군이 묻는다. 좋은 질문이었다. 하지만 나도 여태껏 곰팡이 슨 빵을 먹어본 경험이 없으니 어떻게 될는지 상상도 할 수 없다. 강하면 살아남을 것이고, 강하지 못하면 잘못될는지 모른다. 그래도 배가 고프니까 어쩔 수 없다. 눈 딱 감고 먹어버리자. 당연한 이야긴데 그건 결코 맛있는 게 아니었다. 마츠무라군은 한달동안 중국의 오지를 돌면서 갖은 일을 다 당해본 사람인데, 그래도 이곳보다는 좀 나았다고 한다.

 

그 때 어디로부턴가 고양이가 나왔다. 고양이는 아마도 이 수도원에서 사는 모양으로 가르릉 가르릉 목으로 소리를 내면서 우리에게 시중을 들고 있는 그 기분 나쁜 승려 발에 머리를 비비고 있었다. 승려는 또 투덜대면서 (뭔가를 저주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곰팡이 빵을 콩스프에 푹 담가 고양이에게 옛다, 먹어라하고 던져준다. (우리에게 대하는 것 보다는 고양이에게 대하는 편이 약간 친절한 듯 느껴졌다). 그런데 이게 왼 일, 고양이가 실로 그것을 맛있다는 듯 쩝쩝거리며 먹는 것이다.

 

그 광경을 진정 난 믿을 수 없었다. 콩스프와 곰팡이빵으로 살고 있는 고양이가 이 넓은 세상에 확실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고양이, 본 일도 들은 일도 없다. 내가 기르던 고양는 다랑어포 얹은 밥도 제대로 먹지 않았다. 참으로 세상은 넓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카프소카리비아에서 태어나 자란 고양이에게 있어 먹을 것이란 곰팡이빵과 초 들어간 콩스프뿐이리라. 고양이는 모르는 것이다. 산을 몇 개 넘으면 그곳에는 고양이 음식이라는 게 존재하고, 그것은 다랑어포 맛과 비프맛과 치킨맛으로 나뉘며, 구르메 스페셜 캔이라는 것 까지 있다는 것을. 그리고 곰팡이빵 같은 것은 단연코 고양이가 먹어서는 안 되는 것임을.

그것을 카프소카리비아 고양이는 상상도 못한다. 틀림없이 고양이는 맛있구나, 오늘도 곰팡이빵을 먹을 수 있어 행복하구나. 살아있어 좋다라고 생각하면서 곰팡이 빵을 먹고 있을 것이다.

 

그건 그런대로 행복한 인생일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그게 우리들 인생은 아니다. 이런 곳에 하루 더 갇히어 또 곰팡이빵 같은 걸 먹게 된다면 우리들은 완전히 가버릴 것이다. 내일은 되도록 일찌감치 아기아안나를 향해 서둘러 도망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