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달-이원수, 달의 기억-이수익 (月, 月の記憶)   -   번역 [飜譯]/韓日飜譯 [한일번역]

영하10도의 칠흑 같은 밤하늘에 높다랗게 떠 있는 보름달,

추위에 새파랗게 질려 파르르 떨고 있는 달이 그저 안쓰럽기만 하지는 않더군요.

추운 줄도 모르고 하염없이 바라보는 나의 팔을 살며시 딸아이가 잡아당깁니다.

어렸을 때 올려다보면 달 주위에서 크고 작은 별들이 함께 떨고 있었건만...

요즘 툭하면 옛날을 떠 올리고 옛생각에 젖는건 아마도 섣달그믐께가 되어서인가봐요.

 

달을 읊은 시가 어찌나 많은지.... 그 가운데서 딸아이와 내가 좋아하는 시 한편씩을

번역해 보았습니다.

 

[- 이원수]

너도 보이지.

오리나무 잎사귀에 흩어져 앉아

바람에 몸 흔들며 춤추는 달아.

 

너도 들리지.

시냇물에 반짝반짝 은부스러기

흘러가며 조잘거리는 달의 노래가.

 

그래도 그래도

너는 모른다.

 

둥그런 저 달을 온통 네 품에

안겨주고 싶어하는

나의 마음은.

 

 

달의 기억 - 이수익

어릴 적엔 그리도 정겨웁던 달이

지금은 봐도

시큰둥하다.

 

아파트 건물과 건물

사이로 열린, 밤하늘에

어느 날의 분실물처럼 떠오른 달.

 

이젠 누구도

잃어버린 물건을 찾으려 들지 않는다,

잃어버린 것은

잊어버린 것!

 

그래서 달은 저 혼자

쓸쓸히 밤의 캐비닛 속에 잠겨 있다가

새벽이면 날빛 바다 속에 제 몸을 던진다.

 

알약처럼 물 속에서 달이 흩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