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도슈사쿠(遠藤周作)의 "용기 있는 말" 중에서 (3) - 번역 [飜譯]/일한번역 [日韓飜譯]
* 허풍이 고개를 정한다
등산을 한다. 힘든 길을 헐떡거리면서 올라가다 보면, 그만 도중에서 정상까지 올라가는 게 싫어진다. 륙색이고 뭐고 내팽개치고 돌아갈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 리더격의 남자가 이렇게 말한다. 조금만 더 힘을 내면 길이 편해진다. 발도 길들여져서 많이 걷기 편해진다. 게다가, 정상 가까이에는 산막이 만들어져 있는데, 거기에는 단 것도 맥주도 가춰져 있다. 조금만 더 참아봅시다.
그 리더의 말을 믿고, 겨우 정상에 올라간다. 산막 같은 건 있지도 않고, 단 것도 맥주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정상에서 본 하계(下界). 올라왔다는 정복감은, 단것이나 맥주 이상으로 커다란 위안이 되기 때문에, 누구도 리더의 거짓말에 불평을 하지 않는다. 리더의 거짓말 덕으로, 힘든 고개를 올라갈 수 있었던 것이다. 허풍이 고개를 정한다, 라는 건, 이런 의미이리라.
허풍을 경박한 것으로 부정하는 건 쉽다. 하지만, 허풍에는 허풍의 효용이 있다.
보이에서 출세하여 캬바레왕이 된 후쿠토미타로(福富太郞)씨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우리 캬바레에 오는 여자 아이는 하나같이 예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지방으로부터 와서, 얼굴이 시커멓고, 화장도 모르는 여자아이도 꽤 있습니다. 그러나, 난 그녀들을 예쁘게 할 요령을 알고 있습니다”
“그게 뭡니까?”
“간단한 겁니다. 그녀들과 우연히 둘만이 됐을 때, 가만히 이렇게 말해주는 겁니다. 너, 미인구나.”
그 말을 후쿠토미씨는 마음을 담아 진지하게 여자아이에게 가만히 말해준다는 겁니다. 그러면 이상하게도 그 여자아이는 한 달도 지나기 전에 몰라볼 만큼 예쁘게 되어있다는 거다.
너, 미인구나. 그건 그 시점에서는 분명히 허풍이다. 거짓말인 것이다. 그러나 그 허풍을 믿은 여자아이는 기쁨과 함께 자신이 생긴다. 그 자신이 그녀를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리라.
어느 유명한 회사 사장으로부터 들은 이런 이야기도 있다. 이 사람은 옛날, 아직 평사원일 때부터, 자기를 비친 거울을 향해, ‘난 반드시 사장이 된다, 난 반드시 사장이 된다’ 라고 매일 매일 자기 암시를 걸어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사장이 된 건 그 자기 암시—즉 자신에게 매일, 들려준 허풍 덕이라고 쓴웃음지으며 술회하고 있었다. 허풍이 고개를 정한 것이다.
* 양서(良書)는 주머니가 힘들다
책방 주인과 서서 이야기를 했다.
‘책이 안 팔리게 됐어요.’ 하고 하소연을 한다. 문고본은 그런대로 인데 보통 책은 판매가 요 2년
동안 점점 줄고 있는 모양이다.
일 때문에 우리 집에는 출판사 사람이 온다.
‘매우 말씀드리기 어려운데요.’ 하고 그는 시작한다.
‘당신의 종래 책 정가를 올려줬으면 하는데요.’
‘값을 올려요? 요 전에 올렸지 않습니까.’
‘네. 그러나 종이값과 인쇄비가 또 상승한겁니다. 지금까지의 정가로는 만들수 없게 됐어요’
‘어떻게 정가는 놔둘 수 없나요?’
‘여러모로 생각도 해봤는데요, 값을 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독자로부터 매일 10통 정도의 편지를 받는다. 그 절반은 학생인데,
‘책값이 올라 도저히 살 수가 없어요. 당신 책만은 싸게 해주세요.’
그런 의미의 말이 반드시 쓰여 있다.
나로서는 어떻게도 할 수 없다.
젊은 독자가 저자에게 이런 일을 호소해 오는 것도 내 경험으로는 요 2년 정도의 현상이다.
확실히 책은 요 2년 급격히 비싸졌다. 작년까지 800엥 정도였던 책은 1300엥 정도 한다.
작년까지 1000엥이었던 책은 2000엥은 한다.
요즘 보통 고교생은, 용돈 가운데 책값으로 쓰는 건 1000엥이나 많으면 2000엥일 것이다. 이것으로는 월 한권 사면 좋은 편이다. 읽고 싶다고 생각해도 책방에 가서 한심한 생각으로 돌아갈 게 뻔하다. 요즈음 문고본을 어른독서인이 사기 시작했다는 건 역시 책값상승 때문이다.
과장된 말인지도 모르겠으나, 문화 문화 하고 소리치면서, 문화의 중대한 매체가 되는 서적은, 그 비싼 값 때문에 젊은 학생의 손에 닿지 않게 되었다. 이 일을 출판사도 문부성(文部省)도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대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뛰어난 책, 젊은이들에게 있어 필요한 책은 그들의 손에 들어갈 값으로 팔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젊은이들은 점점 책에서 멀어진다. 현재, 책방에서 아직 팔리고 있는 건 500엥 이하의 잡지, 그것도 보는 잡지다.
문화교류에 정부가 돈을 내는 것도 좋다. 그러나 동시에 젊은 사람들을 위해 양서(良書)를 정하고, 그 값을 내리는 보조금을 내는 것도 하나의 안이 아닐는지. 적어도 진지한 문고본이 100엥 대로 살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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