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산-김용택, 빈들판-이제하   -   번역 [飜譯]/韓日飜譯 [한일번역]

 

- 김용택

강물을 따라 걸을 때 강물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이렇게 흐르는 거야
너도 나처럼 흘러봐
하얗게 피어 있는 억새 곁을 지날 때 억새는 이렇게 말했네
너도 나처럼 이렇게 흔들려봐
인생은 이렇게 흔들리는 거야
연보라 색 구절초 꽃 곁을 지날 때 구절초 꽃은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한번 피었다 지는 꽃이야
너도 이렇게 꽃 피어봐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를 지날 때 느티나무는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이렇게 뿌리를 내리고 그 자리에서 사는 거야
너도 뿌리를 내려봐
하늘에 떠 있는 구름 밑을 지날 때 구름은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이렇게 허공을 떠도는 거야
너도 그렇게 정처 없이 떠돌아봐
내 평생 산 곁을 지나다녔네
산은 말이 없었네
산은,
지금까지 한마디 말이 없었네

 

빈 들판 이제하

빈 들판으로 바람이 가네 아아

빈 하늘로 별이 지네 아아

빈 가슴으로 우는 사람 거기 서서

소리없이 나를 부르네

 

어쩌나 어쩌나 귀를 기울여도

마음 속의 님 떠날 줄 모르네

 

빈 바다로 달이 뜨네 아아

빈 산 위로 밤이 내리네 아아

빈 가슴으로 우는 사람 거기 서서

소리없이 나를 반기네

희망의 샘 하나 출렁이고 있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