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기장(趣味記帳) : 아가와사와꼬(阿川佐和子)   -   번역 [飜譯]/일한번역 [日韓飜譯]

                                                    

취미는 무엇입니까 라고 가끔 질문을 받는다. 대체로 대답이 궁해진다. 각별이 푹 빠져있는 취미는 없다. 괴로운 일을 빨리 다 해치우고 마음 편해지고 싶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 그럼 난 도대체 무엇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가.

바로 생각나는 건, 자는 거다. 화장을 지우고 이를 닦고, 욕탕에 들어가서 따뜻해진 신체를 이불 속으로 끌어들일 때처럼 행복한 기분이 되는 일은 없다.

하지만 이 행복은 오래가지 않기 때문에 곤란하다. 아아 행복하다. 라고 생각한 다음 순간에, 아아, 일어나야지 하면서 황급히 벌떡 일어나는 불행한 때가 찾아온다.

아아 행복하다아아 일어나야지사이에는 물리적 길이가 일곱 시간 정도 있는데, 감각적인 길이로서는 한순간이라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아까 막 잠자리에 들었을 뿐인데, 왜 벌써 일어나야할 시간이 오는 걸까, 라는 느낌인 것이다. 그 사이에, 행복과 불행이 등을 맞대고 있다.

언제였던가 신칸센(新幹線)을 타고, 오카야마(岡山)에 일로 간 적이 있다. 역까지 마중을 나와 주신 그 고장 분이, ‘먼 길을 마다 않고 오시게 해서라고 인사를 하기에,

아뇨 아뇨. 그다지 멀지 않았어요. 신칸센(新幹線)이라면 오카야마(岡山)가 의외로 가깝다는 걸 알았습니다.’ 라고 응답하자. 상대가 픽 웃더니.

아가와씨, 차내에서 계속 주무셨지요. 일어나있는 시간 밖에 계산에 넣지 않으니.’

정곡을 찔러 부끄러웠다. 과연 예리한 점을 말하시네.

그건 그렇고, 나의 취미는 무엇인가 라는 이야기다. 전에 어떤 사람이 물었을 때 문뜩 생각나서, ‘통장기입(通帳記入)’이라고 대답한 적이 있다.

? 통장기입이 취미입니까?’

취미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꽤 좋아하죠.’

어째서 또..’

그건, 얼마 저축했나, 줄지는 않았나 하고 두근거리며 확인하고, 오오, 늘어있는 걸 알았을 때의 기쁨은 굉장히 기분 좋거든요.’

이 이야기를 친구에게 하면, 수전노(守錢奴) 같아 싫다며 얼굴을 찡그리지만, 반드시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자주 자신의 경제상황을 체크하고, 지금까지의 수지(收支) 동향과 돈의 사용방법을 분석한다. 그리고 앞으로는 어떤 자세로 살아가야 하는가를 생각하는 것이다.

당분간 아껴 쓰자고 마음을 다잡던가, 혹은 가끔 많은 쇼핑을 해볼까 하면서 대담해지는 경우도 있다. 그다지 엄밀한 체크는 아니다. 대충, 쌀통에 쌀은 얼마큼 남아있는가를 때때로 들여다보고, 아직 당분간 먹을 수 있다고 좋아하거나, 좀 많이 먹었나 하고 반성하거나 하는 정도의 일인 것이다.

세상에는 통장이 마이너스가 되어있어도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좀 마이너스라도 곧 파탄하지는 않을 터이니, 하면서 편안한 얼굴로 더욱 돈을 쓴다. 간이 크다고 할까 대단한 사람이라고 할까, 그런 기분을 나는 알 수가 없다. 나라면, 1엥이라도 마이너스가 된 때에는 다음 수입을 기다리기 전에, 전기를 끄고 가스를 잠그고, 가능한 한 쓸데없는 돈이 나가지 않도록 방속에 콕 틀어박혀있을게다.

그런데 왜, 나라의 예산은 그런 상태로 되지 않는 것일까. 연도(年度)내에 예산을 다 쓰지 않으면 재무성의 칭찬을 받지 못하는 걸까. 전년도 예산을 남긴 자가 잘했네.” 라고 칭찬받지 않는 이유가, 소심자(小心者)인 내게는 아무리해도 이해불능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