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高所)공포증 : 아토다다카시(阿刀田高)   -   번역 [飜譯]/일한번역 [日韓飜譯]

들어오세요.’

목소리를 따라 진료실에 들어온 건 감색 양복을 입은 중년 남자였다.

진료카드에는 기쿠치가즈오(菊地和夫 ; 45)라고 씌어있었다. 첫눈에 샐러리맨이라고 

알수있는  풍채. 그것도 상당한 회사의 상당한 지위에 있는 사람이리라. 복장은 점잖으나 

싸구려는 아니다.

앉으십시오.’ 의사는 의자를 권하고, 예진 카르테를 한번 훑었다. “고소공포증그렇게 

쓰여있었다.  요즘은 빌딩의 고층화가 추진되고 있어 가끔 이런 증상을 호소하면서 

정신과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있다. 인간누구나 높은곳에 오르면 하반신의 힘이 빠지는 

듯한 기묘한 공포감을 느끼는 법인데그런 감각이 병적으로 심해져서 이젠 높은 곳에 

절대로 오르지 못하게 되고 만다. 그것이 고소공포증 환자다.

의사는, 환자의 불안을 감싸듯 느긋이 웃음 짓고는,

근무처는 용히시붓산(四菱物産)입니까? 어떤 일을 하고 계시는지요?’ 라고 물었다.

증상에 대해 질문하기전에 일단 환자의 생활환경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편이 진단

하기 쉽다.

. 식품관계 섹션의 부장 일을 맡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질문이 실례라면 용서하십시오. 45세로 부장님이라는 승진이 빠른 

쪽입니까 늦은 쪽입니?’

빠른 쪽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에 먼저 부장이 객사했기 때문에 그 뒤로, ...’

발탁되었다는 거군요.’

글쎄요.’

가족은 부인과 대학생 아드님이 한사람.’

.’

가족에게 뭔가 불만이 있습니까?’

아뇨, 전혀 없습니다.’

사람들보다 빠른출세, 만족스런 가정생활, 각별히 욕구불만의 원인이 되는건 없는듯 

했다.

그래서, 고소공포증이라는 건데요, 구체적으로 그건 어떠한 증상인지요?’

, 그걸 뭐라고 말씀드려야 좋을는지, 회사에 있으면 아무튼 불안해서 죽겠습니다

즉효성이 있는 약을 얻을 수 없을는지 하는 생각에서요

그렇게 서두르시면 곤란합니다. 일단 증상을 알지않고서는. 사무실은 몇층에 있습니까?’

‘5층입니다. 창에 가까운 자리입니다

거기에 있는 것만으로 겁이 납니까?’

어떤 식으로?’

‘........’ 상대는 대답을 하지 않는다.

왠지 모르게 자신이 창밖으로 뛰어내릴 것 같다든가, 지면으로 빨려들 것 같다던가... 

그런 느낌이 드는건가요?’

아뇨, 조금 다릅니다. 열심히 일을 하고 있을 때는 별로 이렇다 할 일이 없습니다만, 잠시 

쉬고 있을 때 등에 갑자기 무서워져서, 무서워서 참을 수 없게 됩니다.’

모르겠는데요. 겨우 빌딩 5층이잖습니까. 유리창도 있을테고, 아무런 불안도 없지 

않습니까.’

그런데, 왠지 무서워서 어쩔수가 없는겁니다. 고소공포증에 듣는 약을 2,3종류 주실 

수 없겠습니. 아무튼 먹어보고 듣는지어떤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그렇게 해 주십시오

의사는 작게 고개를 흔들었다.

환자는 자신의 증상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저 약만을 원하고 있다

의사로서 가장 취급하기 힘든 타입의 환자다.

 조금 더 증상에 대해 이야기해주시겠어요?’

별로. 그저 높은 곳이 무서운겁니다.’

곤란한데요. 그것만으로는.’

약을 주십시오. 고소공포증에 잘 듣는 걸로.’

지금까지의 이야기만으로는 처방을 할 수 없는데요.’

몇번물어도 환자는 자신의 증상에 대해 이야기하려 하지 않는다. 의사는 단념하는 

얼굴로 선고했다.

아무튼 공포가 생길 때의 사정을 자세히 기록해보십시오. 그것이 없으면, 아무래도...’

약은 아무리해도 받을 수 없는 거군요?’

유감이지만.’

환자는 화나는 모습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로부터 수일후 닥터는 신문의 사회면에 이 환자의 이름을 발견하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미친 부장, 라이벌을 밀어 떨어뜨리다.’

굵은 제목에 이어 그 이유가 이렇게 설명되어 있었다.

부장이라는 높은 자리에 발탁된 기쿠치(菊地), 누군가에게 그곳으로부터 밀어 떨어뜨려

지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을 늘 안고 있었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