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 三谷幸喜(미타니고오키)   -   번역 [飜譯]/일한번역 [日韓飜譯]

김치에 대해서는 추억이 있다.

대학시절, 친구 가운데 [아줌마] 라고 불리는 남자가 있었다. 오카마, 호모, 게이 등 동성애자의 호칭은 여러 개 있지만, 그의 경우는 아줌마이외는 생각할 수가 없었다. 애당초 체형이 아줌마였다. 약간 살찌고 둥근 얼굴, 반소매 셔츠를 입으면 두 팔이 물렁물렁해서 더욱 아줌마스러움이 풍긴다. 그대로 스커트를 입히면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훌륭한 숏컷 중년여인이었다.

성격 또한 아줌마였다. 늘 화제의 중심이 되는 걸 좋아했다. 쓸쓸해하는 주제에 태도만은 이상하게도 컸다. 제멋대로이며 자기 생각대로 되지 않으면 금방 히스테리를 일으켰다. 그런데 이상한 일로, 우리들은 그를 완전히 여자로 보고 있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나이든 여자로. 그래서 조금도 화는 나지 않았다.

(아주머니니까 어쩔 수 없지) 하는 생각이 어딘가에 있었다. 그의 성격적 결점은 모두 애교라는 두 글자로 해두었다.

곧잘 생각한다. 사나이로서 저렇게 제 마음대로인 놈이 있다면 아마 절대로 누구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아줌마를 길에서 만났을 때, 인사 대신 꽉 가랑이를 쥐면서 어머, 건강하네.’ 라는 말을 들어도, 뭐 하는 짓이야 이 자식, 하게는 되지 않았다.

(아줌마니까, 내버려두자.)

하는 대로 놔두는 우리들이었다.

어느 날 아줌마 아파트에서 게임대회를 하게 되었다. 여섯시 집합이라고 해서 가 보니 아직 아무도 와있지 않았다. 처음 들어가 보는 아줌마 방. 핑크로 통일 된 실내는, 마치 거대한 리카짱 하우스였다. 방과 코디네이트된 핑크빛 저지 차림의 아줌마는 어딘지 모르게 요염하고, 약간 이치하라에츠꼬(市原悅子)와 비슷했다. 바지런하게 움직이고 있는 그 모습은 주부 바로 그 자체였다.

친구들이 올 때까지 난 아줌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아줌마는 이 방에서 잔 남자들 이야기를 묻지도 않았는데 해주었다.

내가 아직 예뻤을 때...’

아줌마의 남성편력 이야기는 늘 그 말부터 시작되었다. 그 중에서도 가부키쵸(歌舞伎町에서 만난, 지나치던 사나이와의 이야기는 까무러칠만한 내용이었다. 여기에 쓸 수 없는 게 무척 아쉽다.

20분이 지났다. 친구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 머릿속을 기분 나쁜 게 스쳐갔다. 이건 함정이 아닌가. 어쩌면 오늘밤의 손님은 나뿐이 아닐까. 전부 아줌마의 계획....

우리들 사이에는 묘한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어떤 종류의 긴장감이 나를 습격했다. 그러자 아줌마가 정적을 깨고 일어났다.

걱정하지 않아도 되. 나라고 남자라면 누구나 좋다는 건 아니니까

그리고 아줌마는 부엌으로 모습을 감췄다.

복잡한 마음이었다. 확실히 난 안심했으나 남자로서의 프라이드를 상처받은 듯해서 왠지 화가 났다. 안도감 67퍼센트에 약 오름 33퍼센트라고 할 정도였다.

이윽고 아줌마는 작은 그릇을 들고 돌아왔다. 안에는 김치가 들어있었다.

내가 담근 거야

아줌마는 말했다. 남자의 사타구니를 움켜쥐는 아줌마의 이미지를 열심히 털어버리고, 난 김치를 한입 먹었다. 맛있었다. 김치가 그저 맵기만 한 게 아니라 복잡한 단맛을 지닌 음식임을 난 그 때 알았다.

김치를 먹을 때마다 난 그 날의 일을 떠올린다. 그리고 그 날의 김치는 내게 있어 아직도 베스트 원 김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