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을 맞으며...   -   잡문 [雜文]

올해도 4분의 3이 가고, 이제 석 달 밖에 남지 않았구나 생각하니

눈부시게 파랗고 높은 가을 하늘을 올려다보면서도 가슴 한구석이 허전해진다.

그래서 딸아이를 꼬드겨 대문 화상을 바꿨다. 혼자서는 할 줄도 모르면서 계절이 바뀔

때 마다 안하면 큰일이나 생길 듯 인터넷을 뒤져 사진을 찾고, 포토샵으로 마음에 들

때 까지 짓주무르고 하는 것은 아마도 달리 이렇다 할 일이 없기 때문이리라.

어찌되었거나 새것은 좋은 것, 게다가 가을 냄새까지 풍기니...

동물의 어미 새끼 사진 찾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그래서 눈에 띄기만 하면

훔쳐다 내 파일에 감춰놓는데, 이번 얼룩말은 모녀가 아닌 부부 같은 느낌이지만

정다운 우리와 딱 맞는다는 효녀 말에 눈 감고 올리기로 했다.

딸이 그림을 바꾸는 작업을 하는 동안, ‘이제 어머니가 해 볼 때도 됐는데...’ 하는

아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해 흠칫 놀랐다. 하긴 컴퓨터 앞에 앉기 시작한지가 얼만데

자기 집 대문 하나 바꿔 달지를 못하다니.....

꽤나 아는 척 하던 아들 얼굴을 떠올리며, 홈페이지에서 한시 하나 퍼다가 올리련다.

 

- 山夕詠井中月 -       이규보(李奎報)

산에서 저녁에 우물속 달을 읊다

 

山僧貪月色     산의 스님 달빛이 탐나서

(산승탐월색)

幷汲一甁中     물과 함께 병속을 걸었네

(정급일병중)

到寺方應覺     절에 이르러 문득 깨달으니

(도사방응각)

甁傾月亦空     병 기울이면 달 또한 비는 것을

(병경월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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