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축소 언어 - 잡문 [雜文]
‘생파에 생선 없으면 나 안습이야’
내 주위에 이게 무슨 말인지 알 수 있는 사람은 한명도 없을 것임을 난 단언한다.
나도 안습은 코미디언이 자주 써서 아는데, 생파가 생일 파티고 생선이 생일 선물임을
어떻게 알겠는가. 컴퓨터 사용이 생활화되어 컴, 컴맹, 리플, 악플, 홈피 정도는
익숙해졌지만, 컴퓨터 석자를 치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리기에 컴 한자로 줄여 쓰는지.....
그래도 텔레비전에서나 인터넷에서 하도 많이 접해 쌩얼, 강추, 엄친아, 듣보잡, 386,
7080 등은 익숙해졌다.
하긴 우리 젊었을 때도 유행어가 있긴 했다. ‘어머 왔다야’ 라고 했다가, 어머니한테
혼이 난 일이 새삼 머리에 떠오르는데, 그 땐 요즘처럼 무작정 줄이고 보는 한심한 짓은
하지 않았다.
요즘, 자기소개서를 ‘자소서’, 베스트프렌드를 ‘베프’, 이십대 태반의 수는 ‘이태백’이라고
공공연하게 사용한다니,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온다.
‘츤데레’ 라는 생소한 말이 있어 딸아이에게 물었더니, 겉으로는 퉁명스럽게 보이지만
속마음은 따뜻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란다. 인터넷으로 찾아보았다.
[ 츤데레(ツンデレ) : 특정 인간관계에 있어 적대적인 태도(츤츤:ツンツン)와, 과도로
호의적인 태도(데레데레:デレデレ)의 양면을 가진 모습, 혹은 그러한 인물을 가리킴]
이라고 나와있었다. 하다하다 이젠 축소 일어까지 버젓이 쓰다니, 이러다간 중국어
베트남어까지 들여다 쓸 날도 머지않겠구나 싶어지면서 왠지 서글픈 생각이 든다.
이게 다 휴대폰 탓이리라.
초등학생부터 청장년까지 남녀 할 것 없이 노상에서 휴대폰을 들여다보거나 손놀림이다.
가끔 짓궂은 생각이 들어, 휴대폰에 열중하면서 마주 걸어오는 젊은이를 피하지 않고
다가가면 코앞에서야 흠칫 쳐다보고 비킨다. 젊은이 쪽에서 나이 많은 나에게
‘마주 오면서 왜 안 비켜요?’ 라고 소리 지르지 않는 것만도 다행으로 여겨야하나..?
말이나 글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품이 들어난다. 고운 우리말,
세종대왕이 만드신 멋진 한글, 멋대로 훼손해도 젊은이들은 아무 느낌이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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