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 전쟁 이야기 - 잡문 [雜文]
2차 세계대전을 그린 일본 소설 [영원한 제로(永遠のゼロ)]를 읽으면서,
어린 시절의 어렴풋한 기억과 함께, 잇따라 겪었던 지긋지긋한 625까지 떠올리며
한동안 몸서리쳤다. 전쟁이 일어나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아까운 젊은 목숨들을
잃게 된다는 걸 지도자들은 어째서 헤아리지 못하는가.
젊은 남매가 외할머니 돌아가신 후에, 저희들의 실제 외할아버지는 2차대전시
특공대원으로 전사한 해군항공병이었음을 알게 되고, 어떤 분이었는지 생존한
동지들을 찾아다니며 당시의 상황을 듣는 내용인데,
편도만의 기름을 넣은 비행기에 폭탄을 싣고 미군함대로 돌진하는 일본의
가미카제특공대(神風特攻隊)의 리얼한 묘사에 진저리를 쳤다.
아내와 딸아이를 두고는 절대 죽을 수 없다고 끝까지 버티다가, 패전 며칠 전에
산화하는 주인공의 라스트를 읽으면서, 나는 625동란 때 낙동강에서 전사한
큰오빠를 떠올리면서 눈물 흘렸다.
죽음 속에
구로다사브로(黒田三郎)
죽음 속에 있으면
우리는 숫자에 불과하다
냄새이고
장소 메꿈이다
죽음은 어디에나 있었다
죽음이 이곳저곳에 있는 가운데
우린 물을 마시고
카드놀이를 하고
깃이 더러워진 셔츠를 입고
소리 내어 웃기도 했다
죽음은 별난 손님이 아니라
사이좋은 친구처럼
염치없이 식당이나 침실로 찾아왔다
마룻바닥에는
가끔
먹다 흘린 생선뼈가 흩어져있기도 했다
달밤에는 마취목(馬酔木)의 꽃내음이 나기도 했다.
전쟁이 끝났을 때
파파이야 나무 위에는
작은 흰 구름이 떠있었다
전쟁에 진 인간이라는 점에서
우린 서로를 경멸했다
그래도
전쟁에 진 인간이라는 점에서
우린 서로 조금은 불쌍히 여겼다
주정뱅이와 사기꾼
농사꾼과 열쇠수리공
위선자와 은행원
대식가와 낙천가
서로 위로하기도
으르렁거리기도 하면서
우린 고국으로 송환되는 운명을 함께 했다.
인양선이 닿은 곳에서
우리는
각각 분리된 운명을
모자처럼 가볍게 흔들며 헤어졌다
저놈은 사기꾼
저놈은 농사꾼
저놈은 은행원
1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그리고
2년
한사람은
옛 동지를 속여 돈을 번 끝에
만취가 되어
운하로 떨어져서
죽었다
한사람은
쥐꼬리 월급으로 처자를 먹여 살리면서
어처구니없는 5년 전 상처 때문에
죽어가고 있다
한사람은
그
한사람인 나는
도쿄에 살고 있으면서
전철 손잡이에 매달려 있다
모든 손잡이에
내가 알지 못하는 남자나 여자가 매달려 있다
나의 어머니인 전 대령부인은
고향에서
영양실조로 죽어가고 있는데
죽음을 다독이기 위한
나의 2,920엔은
턱없이 부족하다
죽음 죽음 죽음
죽음은 돈이 드는 사건이다
내가 알지 못하는 남자와 여자가 손잡이에 매달린 속에
나도 손잡이에 매달려서
생선뼈가 흩어져있는 마룻바닥과
마취목의 꽃내음이 풍기는 밤을 떠올리고 있다
그러면서
더욱 더 기분이 언짢아진 채 손잡이에 매달려 있는 걸
아무도 알지 못하리라.
死のなかに
黒田三郎
死のなかにいると
僕等は数でしかなかった
臭いであり
場所ふさぎであった
死はどこにでもいた
死があちこちにいるなかで
僕等は水を飲み
カアドをめくり
襟の汚れたシャツを着て
笑い声を立てたりしていた
死は異様なお客ではなく
仲のよい友人のように
無遠慮に食堂や寝室にやって来た
床には
ときに
喰べ散らした魚の骨の散っていることがあった
月の夜に
馬酔木(あせび)の花の匂いのすることもあった
戦争が終ったとき
パパイヤの木の上には
白い小さな雲が浮いていた
戦いに負けた人間であるという点で
僕等はお互いを軽蔑しきっていた
それでも
戦いに負けた人間であるという点で
僕等はちょっぴりお互いを哀れんでいた
酔漢やペテン師
百姓や錠前屋
偽善者や銀行員
大喰いや楽天家
いたわりあったり
いがみあったりして
僕等は故国へ送り返される運命をともにした
引揚船が着いたところで
僕等は
めいめいに切り放された運命を
帽子のようにかるがると振って別れた
あいつはペテン師
あいつは百姓
あいつは銀行員
一年はどのようにたったであろうか
そして
二年
ひとりは
昔の仲間を欺いて金を儲けたあげく
酔っぱらって
運河に落ちて
死んだ
ひとりは
乏しいサラリイで妻子を養いながら
五年前の他愛もない傷がもとで
死にかかっている
ひとりは
その
ひとりである僕は
東京の町に生きていて
電車の吊皮にぶら下っている
すべての吊皮に
僕の知らない男や女がぶら下っている
僕のお袋である元大佐夫人は
故郷で
栄養失調で死にかかっていて
死をなだめすかすためには
僕の二九二〇円では
どうにも足りぬのである
死 死 死
死は金のかかる出来事である
僕の知らない男と女が吊皮にぶら下っているなかで
僕も吊皮にぶら下り
魚の骨の散っている床や
馬酔木の花の匂いのする夜を思い出すのである
そして
さらに不機嫌になって吊皮にぶら下っているのを
だれも知りはしないのであ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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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전후에 지은 것이라고 하는데, 작가는 자바섬에서 3년반 동안
전선 생활을 경험한 사람이라고 한다. 아마도 전지에 본 비참한 정경이 시인의
트라우마가 되었을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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