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면 얼굴이 두꺼워집니다 - 잡문 [雜文]
돌아오는 차 속에서 부슬부슬 비 내리는 캄캄한 창밖을 보며 혼자 피식 웃는다.
이 나이에 노래방에서 잘 하지도 못하는 노래를 부르면서 율동까지 곁들이다니.
그것도 외국인 앞에서... 아무리 잘 아는 사이라도 그렇지, 처음 소개받은 손님도 있는데.
언제부터 내 얼굴이 이처럼 두꺼워졌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
일본인 친지로부터 일행 4명이 서울여행을 할 예정이라면서 괜찮다면 저녁을
함께 하자는 이메일을 받았을 때만 해도, 적당한 구실을 붙여 거절할까 어쩔까
망설였었다. 한일교류회를 통해 매년 만나는 사람이었고, 서울을 방문할 때마다
점심이나 차를 한 적이 있지만 저녁에 만나는 건 왠지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하지만 호텔 근처의 한국음식점을 소개해달라는 청도 있고 해서, 이 기회에
제대로 된 우리 음식을 소개하는 것도 풀뿌리외교가 될 것이다, 스스로를
납득시킨 다음, 응락 메일을 보냈다.
일행 중 두명은 구면이었고 두 남녀는 초면, 인사를 나누고 예약해 놓은
우래옥으로 안내했다. 옆에 앉은 처음 한국을 방문했다는 초로의 신사는
한국음식이라면 무엇에나 도전하고 싶어 남대문 시장 노점에서 꼬치니
떡볶이까지 먹어봤다면서, 우래옥 음식은 담백하고 독특한 맛이어서 입에
잘 맞는다고 앞에 놓인 접시를 모두 비운다. 나는 곁에서 서툰 일본어로
우리의 고유 음식맛이 점점 사라지는 요즘 추세가 안타깝다고, 이 집 음식은
불고기와 냉면의 참 맛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인들은 우리 음식을 무엇이든 맛있다고 호들갑 떨지만, 난 늘
정체불명이 된 요즘 음식이 한국음식인줄 알까봐 노심초사했기에, 제대로 된
전통음식을 맛보게 하여, 그 진가를 인정 받았을 때는 국위선양이라도 한 듯
마음이 뿌듯해지는 것이다.
분위기가 고조되어 2차로 노래방엘 가게 되었다. 을지로 청계천 4가 일대는
작은 점포들이 밀집된 곳, 불꺼진 적막한 거리에는 그 흔한 노래방의 네온사인 하나
찾기가 무척이나 힘들다.
저녁 대접을 받았으니 응당 노래방은 내가 대접해야 했기에, 맥주를 권하면서
흥이라도 돋구려는 심산으로 어울리지도 않는 가무를 펼쳤더랬는데, 모두들 손벽을 치고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리면서 흥겨워하는 것이 고마워 난 부끄러운 줄도 몰랐다....
귀국하자마자 일행 모두에게서 이메일이 왔다. 인사치례 하나는 똑 부러지는 국민들이다.
그 중에서 내 옆에 앉았던 노신사의 메일에, 난 인사성 멘트인줄 알면서도 어린애처럼
또 피식 웃고 말았다.
---눈에 들어오는 경치도 한글만 빼면 일본에 있는 듯 가깝게 느껴졌으며,
더욱이 유현님을 만나게 되어 이제 한국은 친근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이 나이에 노래방에서 잘 하지도 못하는 노래를 부르면서 율동까지 곁들이다니.
그것도 외국인 앞에서... 아무리 잘 아는 사이라도 그렇지, 처음 소개받은 손님도 있는데.
언제부터 내 얼굴이 이처럼 두꺼워졌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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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친지로부터 일행 4명이 서울여행을 할 예정이라면서 괜찮다면 저녁을
함께 하자는 이메일을 받았을 때만 해도, 적당한 구실을 붙여 거절할까 어쩔까
망설였었다. 한일교류회를 통해 매년 만나는 사람이었고, 서울을 방문할 때마다
점심이나 차를 한 적이 있지만 저녁에 만나는 건 왠지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하지만 호텔 근처의 한국음식점을 소개해달라는 청도 있고 해서, 이 기회에
제대로 된 우리 음식을 소개하는 것도 풀뿌리외교가 될 것이다, 스스로를
납득시킨 다음, 응락 메일을 보냈다.
일행 중 두명은 구면이었고 두 남녀는 초면, 인사를 나누고 예약해 놓은
우래옥으로 안내했다. 옆에 앉은 처음 한국을 방문했다는 초로의 신사는
한국음식이라면 무엇에나 도전하고 싶어 남대문 시장 노점에서 꼬치니
떡볶이까지 먹어봤다면서, 우래옥 음식은 담백하고 독특한 맛이어서 입에
잘 맞는다고 앞에 놓인 접시를 모두 비운다. 나는 곁에서 서툰 일본어로
우리의 고유 음식맛이 점점 사라지는 요즘 추세가 안타깝다고, 이 집 음식은
불고기와 냉면의 참 맛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인들은 우리 음식을 무엇이든 맛있다고 호들갑 떨지만, 난 늘
정체불명이 된 요즘 음식이 한국음식인줄 알까봐 노심초사했기에, 제대로 된
전통음식을 맛보게 하여, 그 진가를 인정 받았을 때는 국위선양이라도 한 듯
마음이 뿌듯해지는 것이다.
분위기가 고조되어 2차로 노래방엘 가게 되었다. 을지로 청계천 4가 일대는
작은 점포들이 밀집된 곳, 불꺼진 적막한 거리에는 그 흔한 노래방의 네온사인 하나
찾기가 무척이나 힘들다.
저녁 대접을 받았으니 응당 노래방은 내가 대접해야 했기에, 맥주를 권하면서
흥이라도 돋구려는 심산으로 어울리지도 않는 가무를 펼쳤더랬는데, 모두들 손벽을 치고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리면서 흥겨워하는 것이 고마워 난 부끄러운 줄도 몰랐다....
그 중에서 내 옆에 앉았던 노신사의 메일에, 난 인사성 멘트인줄 알면서도 어린애처럼
또 피식 웃고 말았다.
---눈에 들어오는 경치도 한글만 빼면 일본에 있는 듯 가깝게 느껴졌으며,
더욱이 유현님을 만나게 되어 이제 한국은 친근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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