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스란 어떠한 세계인가] 하루키(村上春樹)의 그리스 기행문 - 번역 [飜譯]/일한번역 [日韓飜譯]
아토스를 여행하기 전에 우리가 알아두지 않으면 안될 것이 몇 가지 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기본적인 것 – 그것은 아토스반도가 완전히 별세계라는 사실이다. 아토스는 이쪽 세계와는 전혀 다른 원칙에 의해 기능하고 있는 세계인 것이다. 그 원측이란 곧 그리스정교이다. 이 토지는 그리스정교의 성지이며, 사람들은 신과 가까이 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토지는 그리스 국내에 있으면서도 종교적 성지로서 완전자치를 정부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아토스 땅을 다스려 온 법은 어떤 세속적인 법이나 헌법보다도 오래되었고 또한 강하다. 동로마 황제가 이 땅을 다스리고, 나아가 터키인이 다스리고, 그리고 그리스정부가 다스렸다. 그러나 어떠한 정치체제하에서도 아토스의 종교적 공동체로서의 체제는 티끌만큼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것이 아토스이다.
아토스 반도에는 현재 스무개의 수도원이 존재하고 약 2천명의 승려가 그곳에서 엄격한 수행을 쌓고 있다. 그들은 수도원이 창설되었던 비잔틴시대와 거의 변하지 않은 검소한 자급자족 생활을 이어가면서 신에게 가까이 가기 위해 주야로 기도를 계속하고 있다. 그들은 매우 진지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종교적 진리와 지복(至福)에 도달하기 위해 고향을 떠나 세속적인 욕망을 접고 수행을 쌓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기도는 굉장히 미묘한 집중력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애써 이 성역으로 찾아온 것이다. 결코 보이스카웃 활동 같은 기분으로 찾아온 게 아니다. 이것을 우선 철저히 머릿속에 넣어두지 않으면 안된다.
따라서 이곳에는 단 한명의 여자도 살고 있지 않으며, 또한 입산도 금지하고 있다.
그런 것이 - 말투가 좀 심하긴 한데 - 있으면 수행의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동물도 암컷은 들여놓지 않게 되어있다. 수컷은 전부 거세된다. 하지만 두말 할 것도 없지만 아토스에 있는 동물은 하나에서 열까지 수컷뿐이라고 하는 건 아니다. 이건 가축 같은 커다란 동물에 한한 이야기다.
또한 이 땅은 그리스 정교도를 위한 토지인 만큼 외국인 이교도가 이곳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그리스 외무성으로부터 특별 비자를 발행 받을 필요가 있다. 관계없는 사람이 우르르 들어가면 차분히 수행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외국인의 체재기한은 원칙적으로 3박 4일이다. 그 이상의 체재허가를 얻는 건 매우 어렵다.
소문에 의하면 성모마리아가 키프로스에 사는 라자로를 방문하고자 배에 탔을 때 폭풍에 휘말려 항로를 벗어났는데, 신의 인도로 이 아토스 해안에 흘러들어갔다는 것이다. 그만큼 이 땅은 무시무시한 이교도에게 지배되고 있었는데, 성모마리아의 발이 그 해안에 닿자마자 모든 우상은 산산이 부서져 흩어져버렸다. 마리아는 이 아토스를 신성한 뜰로 정하고, 여성은 이 땅에 영원히 발을 들여 넣지 말라고 선언했다. 그렇게 해서 아토스는 신에게 축복받은 신성한 땅이 된 것이다... 라는 이야기이다.
만약 현재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마리아는 온 세계 페미니스트 단체로부터 심한 규탄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무려 2천년전의 이야기이므로 아무도 그다지 화를 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이후 여성은 이곳에 발을 들여놓을 수가 없게 되었다. 나의 개인적 감상을 말하라고 한다면, 여자가 발을 들여놓을 수 없는 장소가 세계에 하나쯤 있어도 괜찮지 않나하는 생각이다. 남자가 발을 들여놓을 수 없는 장소가 어딘가에 있다고 해도 나는 별로 화나지 않는다.
이 땅에 본격적인 수도원이 세워진 건 10세기의 일이다. 전성기에는 40개의 수도원에서 2만명의 승려가 수행을 쌓았다고 한다. 한 때, 터키제국에 지배되었던 시대에는 재정적인 문제도 있고, 또 빈번한 해적의 습격 등도 있어 상당히 쇠퇴했으나, 20세기에 들어서면서부터 조금씩 부흥의 징조를 보이기 시작, 현재에 이르고 있다. 특히 60년대 이후는 물질주의에 실망하고, 그를 대신한 가치관으로서의 종교에 눈 뜬 젊은 사람들, 특히 대학을 나온 지식층이 출가하여 이곳에 틀어박혀버리는 예가 늘어나, 새로운 영적인 성역으로서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한다. 나도 이 아토스를 돌아보고 느낀 일이지만, 어느 수도원이나 꽤 젊은 사람이 많았고, 그들은 모두 어학에도 통달해 있었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 아토스 땅은 일본에서 생각하는 기성종교와는 전혀 의미가 다르다. 이 땅에서 종교는 문자 그대로 살아있었다. 동시대적으로 숨 쉬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이 반도에는 자연이 거의 손대지 않은 상태로 남아있었다. 관광개발업자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은 그리스 국내 유일의 토지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지형도 높고 험하다. 이곳에는 평지라는 게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산뿐이다. 반도의 남쪽에는 아토스산이라는 2천미터의 산이 솟아있다. 해안선은 모두가 단애절벽으로, 인간이 근접할 수 없을 만큼 준엄함을 지니고 있다. 어디든 자신의 발로 일일이 산을 넘어서 가지 않으면 안 된다. 이 반도에는 교통기관이라는 것이 전혀 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책으로 아토스에 관한 것을 읽은 후부터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땅을 한번 찾아가보고 싶어졌다. 그곳에 어떠한 사람이 있고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 실제로 내 눈으로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 이유로 1988년 9월 아침 우리들은 우라노폴리에서 배를 타고 다프니에 향하게 된 것이다. 동행은 카메라맨 마츠무라(松村)군과 편집자 O군이다. 마츠무라군과 나는 그 후 자동차로 터키를 일주하기로 되어 있다. 우선 이 아토스가 첫 단계이다. O군은 아토스에 필요한 여러 가지 수속이 성가셔서 이곳까지 동행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이 여행은 무척이나 힘든 여행이 되었다. 나는 강행군 여행이 결코 싫은 편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건 심했다고 생각된다. 길은 끔찍이도 험하고, 일기는 끔찍이도 고약했고, 식사는 끔찍이도 조잡했다.
그래도 아무튼 차례를 따라 가기로 하자. 우선은 아토스의 입구, 다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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