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   잡문 [雜文]


편지
                        이수익   
찾아온 손님의
다감한 눈빛으로
방을 훈훈히 하는
한 장의 편지,
그것이 이룬 端正.

하늘에서 사알짝
은밀히 내린듯,
빈 책상 위에 이미
뜻있는 이 밝음은
써보낸 사람의 마음의 그것.
조롱을 벗어난 새의 자유가 되어
나를 부르러 온, 아아 나의 知友여.

피봉의 글씨
귀를 기우리며
이 밝음의 가상이를
곱게
편지를 뜯는다.
********

편지함에서 친구편지를 발견했을 때의 기쁨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요즘처럼 세계 어느 구석에나 휴대전화로 어디서건 간단히 전화 걸 수 있고
컴퓨터를 사용해 메일이나 팩스로 간단히 소식 전할 수 있는 시대에
항공편지를 받는다는 건 정말 꿈과 같은 일이다.

작년 4월 서울에 나왔을 때 건강이 안좋은 나를 보고 간 친구가 보낸
온기가 가지시 않은 편지를 나는 한동안 가슴에 안고 있었다.
우리 나이에 별다른 이야기꺼리도 없으련만 친구의 수필과 같은 내용은
늘 나를 감동시킨다. 어서 답장을 써야지. 이쪽에는 친구들의 자잘한
소식이 꽤 있으니까 궁금증은 풀릴테지.
손이 떨려 글씨를 못쓰는 나는 프린터를 켜 놓고 컴퓨터 앞에 앉는다....

'잡문 [雜文]' 카테고리의 다른 글

  (2) 2011.07.14
노인 <옹고집>  (0) 2011.07.07
친구가 보내준 축하카드  (5) 2011.06.30
기분 좋은 날  (1) 2011.06.27
장마  (1) 2011.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