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 미학, 자기(瓷器) - 민속문양 [民俗紋樣]
깊은 맛을 더하는 자기의 시대적 특징.
한국의 미는 색채와 선에 있다고 한다. 그 아름다움은 자연을 사랑했던 한국인의 정서와 국토를 이루는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부드럽게 흐르는 대지의 선은 산과 들이 어우러져 완만한 높낮이를 이루면서 조용한 물결처럼, 때로는 성난 물결처럼 굽이치며 이어진다. 산자락마다, 들판마다 계절 따라 변하는 꽃과 나무의 색채, 그것이 대지라는 화폭에 아름다운 그림을 그린다. 이러한 대지의 아름다움이 도자기에도 그대로 옮겨져 깊고 풍부한 멋을 자아내는 예술로 발전해 왔다.
도자기는 불의 예술이라 하지만, 문양 또한 도자기의 멋을 살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도자기 문양에는 다른 어떤 문양도 흉내낼 수 없는 깊은 여백의 미가 있다. 미처 여물지 않은 태토(胎土) 위에 도구를 사용하여 시문(施紋)하는 기법 상의 질감과 문양의 내용이 도공의 손맛과 어우러져 공간의 여백을 메운다. 용기로 제작된 자기는 시대상을 더욱 극명하게 표현하고 있으며, 예술적으로도 민족의 혼이 깃든 깊은 멋의 문화유산으로 존재하고 있다.
고려 상감 청자의 문양은 국교인 불교를 바탕으로 하는데, 유교적인 내용이나 도교적인 내용도 가미되어 매우 다양하게 사용되었다. 이 시대 문양의 특징이라면 생활 주변에서 문양의 소재를 구함으로써 더욱 다양한 문양을 창출하였다는 점과, 유약과 시문 기법의 발달로 특이한 색상을 끌어냈다는 점, 그리고 과거(科擧)제도와 교육제도의 발달로 인한 기법과 화법의 기술적 향상으로 고급 귀족 문화를 이루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문양의 종류로는 산경(山景) 구름 파도 등의 자연을 소재로 한 문양과 기러기, 학, 봉황, 나비, 원숭이 등의 동물 소재 문양, 사군자, 포도, 석류, 파초, 보상화(寶相華), 소나무, 당초문 등의 식물을 소재로 한 문양, 그밖에 칠보문, 만자문(卍字紋), 뇌문(雷紋), 여의주문, 자리문, 연주(聯珠)문 등의 장식적인 문양 등 매우 다채로운 소재가 이용되는데, 이들 문양이 서로 어우러져 복합 문양을 이룬다는 점이 특징이다.
고려인의 생활관은 고려청자의 문양에도 그대로 전해진다. 수양버들 우거진 강변에 물새들이 한가롭게 노닐고 있는 풍경, 연꽃이 가득 피어 있는 연못가에 물장구 치는 아이들과 그 옆으로 유유히 헤엄쳐다니는 물오리 몇 쌍, 푸른 하늘 구름 사이로 날아오르는 백학의 우아한 자태, 노송 아래에서 한가로이 거문고를 뜯는 선인(仙人)의 모습을 그린 신선경(神仙景) 등 선(禪)을 추구하는 고려인의 맑은 성정이 그대로 담겨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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