菊池溪谷에서의 사흘밤   -   기행문 [紀行文]


갑작스런 큐슈여행이었습니다. 새해 첫 친구들 모임에서 한 친구가
우리 온천여행이라도 떠나자고 말을 꺼내자 모두들 그래그래...
그 자리에서 여행사에 전화를 걸고, 유능한 회장의 신속한 일처리로  
지난 22일에 일행 열명이 쿠마모토행 비행기에 오르게 되었던 것입니다.

여행사에서 알선해 준 月華亭이라는 순수한 일본식 온천여관은 계곡 입구의
한적한 곳에 자리하고 있어 조용하고 아늑했습니다. 묵는 동안 지배인이 극진히
보살펴준 덕에 우린 안내원 없이도 아무런 불편 없이 신나게 놀 수 있었습니다.

새벽과 밤에는 온천하고, 낮에는 대절한 미니버스로 인근을 관광하였습니다.
아소산을 거쳐 유후인까지의 드라이브길은 겨울을 느끼지 못할 만큼 풍광이
아름답더군요. 유후인(湯布院)에서는 친구들과 인력거를 다 타봤답니다.

다음날 오전에는 바다구경을 갔는데, 차창으로 내다보는 시골 풍경은 완연한
봄을 느끼게 해주더군요. 새파랗게 보리 싹이 돋아난 넓은 들판에는 까마귀떼를
쫓는 새카만 깃발이 무수히 나부끼고 있었습니다.

바다는 언제 보아도 가슴이 탁 트입니다. 멀리 희미하게 나가사키(長崎)가
보이고 운젠(雲仙)에서 피어오르는 연기가 보일듯 말듯, 섬과 섬을 잇는
다리가 멀리 이쑤시개만하게 보이더군요.
바닷가 레스토랑에서 잠시 쉬는동안 테라스로 나가 쌀쌀한 바닷바람을
폐 속 깊숙히 들이마시면서 남은 감기기운을 떨쳐버렸습니다.

오후에는 스이젠지죠쥬인(水前寺成趣園)을 보러 갔습니다.
15년쯤전 한여름에 처음 왔었는데, 겨울에 다시 봐도 전혀 달라진 게 없더군요.
거의 관광객이 없는 점 이외에는....
천천히 공원을 한바퀴 돌면서 지난날의 추억도 더듬어 보고, 구석구석
정성이 담긴 일본 특유의 정원을 칭찬하기도 했습니다.


마지막날 밤의 가라오케 파티... 60년을 함께한 친구들이기에 맘껏 노래하고
웃고 떠들면서, 그리고 눈물까지 흘리면서 우리는 얼싸안고 그 많은 세월에 걸쳐
겹겹이 쌓인 정을 재확인했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온천여행을 마무리했지요.
수고를 아끼지 않은 연수, 경임이에게 고맙다는 말을 다시한번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