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聲人語 11월25일자 - 일반상식 [一般常識]
여름의 후지산이 강건하다면 겨울 후지산은 영롱하다는 형용사가 걸맞다. 찬란하게 빛나는 모습을 우러러보고자 초겨울날 코슈(甲州)의 미사카(御坂) 산마루를 찾았다. 타자이오사무(太宰治)의 『부악백경(富嶽百景)』 무대가 되었던 후지산 관망 명소이다.
이 유명한 단편 속에서 다자이는 후지산을 헐뜯기도 하고 칭찬하기도 하면서 분주했다. 산마루에서의 조망(眺望)은 마치 목욕탕에 걸린 페인트그림 같다고 하면서, 「주문 대로 그린 그림 같아 난 그지없이 부끄러웠다」라고 깎아내렸다. 그런 막말이 후지산을 오히려 돋보이게 하니 타자이는 이상한 사람이다.
벌써 6부 정도까지 하얬다. 초겨울의 파란 하늘에 솟아있는 모습은 여름철 소란에서 고고함을 되찾고 한숨 돌리고 있는듯하게도 보인다. 이 대단한 후지산도 한 여름의 30만명이라는 등산객은 버거웠으리라.
후지산을 쫓듯 이 계절의 여러 곳 높은 산들도 여름을 잊고 겨울잠에 든다. 빙설의 세계도 역시 산사람들을 끌어드린다. 하지만 그곳은 원래 자연이 인간을 거절하고 있는 장소이다. 멀리 바라보면 우아하고 아름다운 산들도 가까이 하는 자에게는 때론 용서없이 이빨을 들어낸다.
북 알프스의 타테야마(立山)에서 7명이 사망했다. 등산하기 좋은 쾌청한 날씨였다고 한다. 이 계절, 노토반도(能登半島)에서의 도야마만(富山湾) 너머 연봉은 숨이 막힐 만큼 성스럽다. 그 하얀 겉면에 표층설풍(表層雪崩)이라는 함정이 장치되어 있다.
만전을 도모한다 해도 역시 자연은 인간의 지혜를 넘고 있다. 예전의 유명한 등산가가 남긴 경구가 하나 가슴에 떠올랐다. [가장 평온한 날씨에서도 산의 횡포를 생각하라]. 정상에서의 달성감도, 신설을 걷어차는 스키의 상쾌함도, 목숨이 붙어있을 때의 기쁨이다.
夏の富士が剛健なら、冬富士は玲瓏(れいろう)の形容がふさわしい。うるわしく輝く姿を拝もうと、小春の一日、甲州の御坂(みさか)峠を訪ねた。太宰治の『富嶽百景』の舞台になった富士見の名所である▼名高い短編の中で、太宰は富士山をけなしたり、ほめたり、忙しい。峠からの眺めはまるで風呂屋のペンキ絵だと言って、「どうにも注文どおりの景色で、私は、恥ずかしくてならなかった」と腐(くさ)している。そんな悪口(あっこう)が富士をむしろ引き立てるのだから太宰は不思議な人である▼もう六合目あたりまでが白い。初冬の青空にそびえる姿は、夏場の喧噪(けんそう)から孤高を取り戻して、一息ついているようにも見える。さすがの富士も、ひと夏に約30万人という登山者は重たいことだろう▼富士にならうように、この季節、各地の高山も夏を忘れて冬の眠りにつく。氷雪の世界もまた山好きを引きつける。だが、そこは本来、自然が人間を拒絶している場所である。遠望すれば優美な山々も、近づく者には時に容赦ない牙をむく▼北アルプスの立山では7人が亡くなった。快晴の登山日和だったという。こんなとき、能登半島から富山湾ごしの連峰は息をのむほどに神々しい。その白い肌に表層雪崩という罠(わな)が仕掛けられていた▼万全を期してなお、自然は人知を超えてくる。昔の名登山家が残した警句が一つ胸に浮かんだ。「そのもっとも平穏な日において、山の凶暴さを思え」。頂上での達成感も、新雪を蹴散らすスキーの爽快も、命あっての喜びであ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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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해서 인터넷으로 다자이오사무(太宰治)의 『후가쿠햐쿠게이(富嶽百景)』를 찾아
보았습니다. 워낙 좋아하는 작가의 글이라서 예전에 후지를 바라보던 기억을
더듬으면서 단숨에 읽었지요. 그 가운데 일부분만 번역해보았습니다.
<상략>
그곳에서 마시고, 그 밤의 후지산이 좋았다. 밤 10씨쯤 젊은이들은 나 한사람을 여관에 남겨두고 각기 집으로 돌아갔다.
난 잠이 오지 않아 도테라(縕袍) 차림으로 밖에 나가보았다. 무섭도록 밝은 달밤이었다. 후지산이 좋았다. 달빛을 받아 푸르게 투명해지는 듯, 난 여우에 홀린 기분이었다. 후지산이 흐르듯 파란 것이다. 도깨비불이 타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도깨비불. 여우불. 반딧불. 억새. 덩굴풀. 나는 발이 없어진 기분으로 밤길을 똑바로 걸었다. 나막신 소리만이 내것이 아닌 듯, 다른 생명체인 듯, 달그락 달그락, 무척 맑게 울린다.
가만히 뒤돌아보니 후지산이 있었다. 파랗게 불타며 하늘에 떠 있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유신(維新)의 지사. 구라마텐구(鞍馬天狗). 나는 자신을 그렇게 느낀다. 약간 거들먹거리면서 주머니에 손을 찌른 채 걸었다. 무척이나 자신이 멋진 사나이처럼 생각되었다.
한참을 걸었다. 지갑을 떨어뜨렸다. 50전 은화가 20개 정도 들어있어 너무 무거워 주머니에서 미끄러져 떨어졌으리라. 나는 이상하게도 아무렇지 않았다. 돈이 없으면 미사카(御坂) 까지 걸어서 돌아가면 된다. 그냥 걸었다. 문득, 방금 걸어온 길을 그대로 다시한번 걸으면 지갑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머니에 손을 찌른 채 어슬렁어슬렁 되돌아갔다.
후지산. 달밤. 유신의 지사. 지갑을 떨어뜨렸다. 멋진 로망이라고 생각했다. 지갑은 길 한가운데에서 빛나고 있었다. 있는 게 당연하지. 나는 그걸 주워가지고 여관으로 돌아와, 잤다.
후지산에 홀렸던 것이다. 나는 그날 밤 바보였다. 완전히 무의지(無意志)였다. 그날 밤 일은 지금 생각해도 이상하리만큼 느른하다.
<중략>
자기 전에 방 커튼을 조금 열고 유리창 너머로 후지산을 본다. 달이 있는 밤의 후지산은 창백하게 푸르고, 물의 요정과 같은 모습으로 서있다. 나는 한숨을 쉰다. 아아 후지가 보인다. 별이 커다랗다. 내일은 맑겠구나, 그것만이 조금 살아있다는 기쁨, 그리고 다시 가만히 커튼을 닫고 그대로 잠이 드는데, 내일 날씨가 맑다고 해서 이 몸에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생각이 들자 우스워 혼자 이불 속에서 쓴웃음 짓는다.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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