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테리 중독 패밀리   -   잡문 [雜文]

우리 가족 3명은 활자중독환자다.

딸아이 인터넷 들여다보면서 뭐 하나 보면 50프로 할인 도서 목록 검색,

저무두룩 ‘택배입니다~’ 책보따리가 날아든다.

아들아이 인터넷으로 무협지 보던 때는 아주아주 옛날 일, 요즘은 딸아이가 사들인

책을 읽느라 밤을 팬다. 그리고 나는 친지가 빌려준 일본소설에 묻혀 산다.

  

셋의 공통점은 잡독, 그런데 이상하게도 하나같이 추리소설 광팬이라는 점이다.

아들아이는 주로 서양 정통 추리를, 딸아이는 요즘들어 일본 추리 소설을,

나는 형사물이나 스릴 앤 서스펜스를 선호한다고 할 수 있겠는데, 아무튼

추리소설이다 하면 그냥은 못 넘기는, 딴 생각을 못하는 족속들이다.


지난달부터 우연히 히가시노 게이고(東野圭吾)의 작품을 연거푸 네편이나 읽었다.

그 중에서 [백야행(白夜行]은 이미 소개했으니 나머지 세편에 대한 이야기라도....

 

우선 [학생가의 살인(學生街の殺人)]은 히가시노게이고의 초기작품이라고 한다.

학생가의 한 당구장에서 일하는 津村光平(츠무라고오헤이?)의 친지 마쓰끼(松木)가

살해된다. ‘난 이 거리가 싫다’ 라는 이상한 메시지를 며칠전에 남기고...

두번째 살인이 밀실상태로 일어나고, 사건들이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전개되는데,

기괴한 연속살인과 밀실 트릭 뒤에 숨은 인간심리의 진실 같은 걸 그린 내용이다.

[환야(幻夜)]는 [백야행]의 자매작이라고도 할 수 있는 작품으로 드라마화되었다.

1995년의 코베 대지진으로부터 시작되어 지하철사린사건(종교단체인 옴진리교가

일으킨 신경가스 사린을 사용한 동시다발 테러사건) 등 2000년 1월 1일까지의

현실과 허구를 짜넣으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아버지의 장례식 다음날 아침에 대지진이 일어나고 그 와중에 빚독촉을 하던

백부를 살해한 水原雅也(미즈하라마사야?), 정신을 차려보니 곁에 낯선 여인이

서 있었다. 新海美冬라는 이 여인이 범행현장을 목격했는지는 확신할 수 없었으나

지진으로 인한 기묘한 인연으로 雅也는 피차 공존하듯 도우며 살아간다.

두 사람은 지진을 잊고자 도쿄로 상경했으나 그들이 가는 곳마다 사건과 음모가

도사리고 있고, 그런 가운데 한 형사가 그들의 기묘한 우연을 눈치채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변신(變身)]은 1991년에 발표한 작품으로 이것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2005년에 공개되었다.

어느 대학병원 연구실에서 눈을 뜬 成瀬純一(나리세준이치?)는 뇌의학의 권위라는

의사 堂元(무로모토?) 박사로부터 세계 최초로 뇌이식수술에 성공했다는 말을

듣는다. 수술은 성공한듯 하나 점점 위화감을 느끼기 시작, 퇴원을 한 뒤에도

그 위화감은 점점 커져만 간다. 음식물의 기호, 그의 화풍(畵風), 그리고

성격 자체가 변모해 가는 것이다...


요즘은 어제 읽은 내용도 까맣게 잊어버리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거의

생각나지 않지만, 히가시노게이고의 작품은 왠지 읽고 나면 개운치가 않다.

요즘 작가들은 勸善懲惡이나 事必歸正, 하다못해 惡人은 지옥으로 라도

끝맺음하지 않고 찜찜하거나 황당하게 마무리짓기를 좋아한다.

그게 추세인지는 모르겠으나 난 산뜻하게 끝나는 추리소설이 좋다.


올해처럼 끔찍하게 더운 여름날도 추리소설을 읽는 동안 만큼은 더위를 잊는다.

나는 이런 피서법도 그다지 나쁘지는 않다고 스스로에세 타이르며 아침부터

에어컨을 켜놓고 돗자리 위에 들어누어 모험소설인 船戶與一의

[모래의 크로니클(砂のクロニクル)]을 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