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간 명화에 푹 빠졌던 일요일 오후였습니다.   -   잡문 [雜文]






가끔 EBS에서 흘러간 명화를 상영해주지요.
어제(일요일)는 1992년 작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588 rue paradis)' 이라는
프랑스 영화를 보여주더군요. 그 前週에 소개되었던 이 영화의 전편인 ‘mother'를  
보지 못해 무척 아쉬웠지만, 이 영화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했습니다.

한 아르메니아인 가족이 터키의 대학살을 피해 프랑스로 이민, 낯선 나라에서
끈끈한 가족애로 뭉쳐 열심히 따뜻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담은 내용으로
오랜만에 훈훈하게 두 시간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가진 자의 횡포를, 멸시를, 아버지도 어머니도 아들도, 가족에게 아픔을 줄까봐
홀로 삭히는 깊고 깊은 사랑... 증오와 복수로 인간의 탈까지 벗어버리는 요즈음 세태가
무섭기만 한 나는 이런 영화로나마 마음을 달랠 수 있었습니다.

젊은 시절에는 프랑스나 이태리 영화에 좋은 게 많아 즐겨 관람하였는데
근래에는 미국영화가 독판을 치고, 가뭄에 콩 나듯 유럽영화가 들어와 접할 기회가
거의 없었기 때문인지 프랑스어 대사가 마치 샹송을 듣는 듯 감미로웠습니다.

주인공인 리샤드 베리(Richard Berry)는 생소하였지만 부모로 분한 오마 샤리프
(Omar Sharif)와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Claudia Cardinale)가 얼마나 반갑던지...
고백하자면 오마 샤리프는 금세 알아봤는데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는 많이 낯이
익으면서도 누군지 영 알 수가 없었어요. 바로 ‘부베의 연인’의 여주인공인,
젊었을 때 그렇게 좋아했건만 나이 들어 얼굴을 만져서인가 인상이 바뀌었더군요.
온 세상 남성들을 가슴 설레게 하던 BB MM, CC.....
까마득한 그러나 아직도 생생한 옛 추억을 떠올리면서
행복한 한때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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