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바다에서는...(2)   -   화상 [畵像]

푸르른 동백섬

#  다음날 새벽 부산의 사업가 친구는 아침을 대접하겠다고 회사가 아닌 우리의 숙소를 찾았다.
유현이 준비해온 오트밀고 커피, 그리고 여러가지 과일의 식탁 앞에서  그만 뜻을 굽히더니
푸짐한 서민의 아침식사에 만족한 듯 외제 자가용의 운전기사로 자리를 잡았다 .
밝은 햇살 아래의 달맞이 고개를 다시 한번 오르자니
오른편 늠늠한 소나무 사이 사이로 바다가 빗겨가고
왼쪽 언덕 위에선 짙푸른 동백잎들이 공해로 찌든 몸과 마음을 치유해준다.






#  동백섬 입구에서 차를 내리고
우리는 천천히 정상을 향해 걸어갔다,
꽃이 없은 들 어떠리, 눈부신 녹색의 향연이 거기서 우리를 기다리는데...
고개를 넘어 바다를 내려다 보는 정자에 앉아  오래간만에 나누는 정담이
이렇게 푸짐한데 부러울 게 무엇 있으랴!












#  동백섬을 한바퀴 돌아 다시 온 어제의 호텔에서  본고장 해산물의 진수를 맛보자니
갑자기 부산댁들이 부러워진다.
背山 臨水의 자연환경, 오존이 가득한 바다바람, 넉넉한 인심등등에 젖어온
부산댁의 여유로운 마음이 잔잔히 우리에게도 스며들기 때문이다.
영도의 가교사는 어찌 되었는지 궁금해하자 오늘의 충직한 기사는
마지막 코스인 후식을 서둘러 달라하곤 총총히 호텔을 나선다.
나오며 돌아보니 재미있는 미술품 두개가 눈에 띄어 카메라에 담는다.






#  아침 저녁 시간 맞추어 아슬아슬 건너다녔던 추억의 영도다리는
세월따라 조그맣게 내려앉아 있었고
다리 왼편에 있어야 할 우리의 옛 피난교 공장터는 빌딩의 숲에 가려
어디 쯤인지조차 가늠할 길이 없다.
한편 오른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저 건너에 새로 세웠다는 영도 대교가
새 시대의 도래를 알리며 세련된 위용으로 스쳐간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세월이 역사 속으로  잠겨가고 있다는 것을
영도다리에 얽힌 추억이여 안녕! , 천막교실에서의 힘겨웠던 수업에도 안녕!

영도다리를 돌아나오며 도시를 향해 마지막으로 한 컷 누르면서
50년대 초의 힘들었던 모든 것에게 오늘로서 작별을 고하리라 다짐한다.




#  품위있고 노련한 운전기사는 아슬아스하게 시간에 맞추어 전철역에 우리를 내려주었고
조급한 귀경객은. 시모님에 이어 남편의 병수발을 들머
오늘은 함께 못한  부산댁에게는 통화작별도 못 한 채
귀경전쳘의  좌석을 찾아 조금은 피곤해진 몸을 기댄다.

아침을 준비해온 성자.
간식 거리를 나누어 싸온 경숙이
그리고 털레털레 빈 손으로 따라 나선 나 까지 셋은 비록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손수 자가용을 모는 이충자 회장, 효부 하옥순의 바다 바람으로 농익은  부산 인심  속에서
조금은 인간성이 회복되지 않았을까 희망을 걸어본다.
다음 움직일 때 아마도 나는 제명처분 예정자 0 순위겠지만
그래도 우선은 이 가을,
바다 바람이 남겨준 여운으로 기운차려 살아보리라 마음을 다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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