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님 아쟁연주가 너무 좋아서 들어보시라고 가져왔어요   -   손님글 [客文]

시도 한 편 가져왔고요..^^

대책 없는 봄
무엇이나 오래 들면 무겁겠지요
앞뜰의 목련이 애써 켜든 연등을
밤엔 죄다 땅바닥에 던졌더군요
고작 사나흘 들고도 지루했던지
파업하듯 일제히 손을 털었더군요

막상 손 털고 나니 심심했던지
가늘고 긴 팔을 높이 뻗어서 저런!
하느님의 괴춤을 냅다 잡아챕니다
파랗게 질려 난처하신 하느님

나는 터지려는 웃음을 꾹 참았지만
마을 온통 웃음소리 낭자합니다
들불 같은 소문까지 세상에 번져
바야흐로 낯뜨거운 시절입니다

누구 짓일까, 거명해서 무엇하지만
맨 처음 발설한 건 매화년이고
진달래 복숭아꽃 살구꽃이 덩달아
희희낙락 나불댄 게 아니겠어요

싹수 노란 민들레가 망보는 뒤꼍
자꾸만 수상쩍어 가보니 이런!
겁 없이 멋대로 발랑 까진 십대들
냉이 꽃다지 제비꽃 환하더군요
몰래 숨어 꼬나문 담뱃불처럼
참 발칙하고 앙증맞은 시절입니다
나로서는 대책 없는 봄날입니다.
詩.임영조
시집<시인의 모자>.창작과비평사.2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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