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학의 피리' - 하야시후미코(林芙美子)   -   번역 [飜譯]/일한번역 [日韓飜譯]

옛날에 기근이 계속되던 해가 있었습니다. 이 마을에는 학이 무척 많이 있었습니다.
학들은 매일 먹이를 찾아 돌아다녔지만 어디에도 먹을 게 없어 성미 급한 학은
모두 길 떠날 채비를 하고 멀리 날아가 버렸습니다.
그래서 그 마을에는 다리가 성치 못한 학과 그 아내만이 남게 되었습니다. 다리가
성치 못한 학은 모두 떠나버린 쓸쓸한 늪지의 갈대 무성한 길섶에 서서 모두가
날아가 버린 하늘을 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학의 아내는 물가에서 열심히 주둥이로 물속을 쑤시면서 먹이를 찾고 있었습니다.
작은 물고기 한마리쯤 없을까, 미꾸라지라도 괜찮은데, 아침부터 후둘후둘 떨면서
열심히 여기저기를 찾고 있었습니다. 아침햇살이 반짝반짝 빛나고, 넓은 하늘에
뜬 구름이 하나 서쪽으로 천천히 흘러갑니다. 어린 나무 숲에는 군데군데 햇빛이
아른거리는 아름다운 정경이었습니다.

그건데 얼마쯤 있으니 뭐라 말할 수 없는 아름다운 피리 소리가 들려오는 겁니다.
어? 무얼까? 생각했습니다. 지금까지 배가 고팠던 학의 아내는 문득 배가 불러
거북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그 아름다운 피리 소리를 듣고 있었습니다.
가만히 피리 소리가 나는 곳으로 걸어갔더니 다리가 성치 못한 학이 가로피리(横笛)를
불고 있었습니다.
‘어머, 당신이 피리를 불고 있었어요?’ 학의 아내가 물었습니다.
다리가 성치 못한 학은 부끄러운 듯 돌아보며
‘좀 전에 뭐든 없을까 늪 속을 찾고 있었거든. 그랬더니 딱딱한 것이 입에 닿기에
놀라 입에 물었더니 이 피리더라고. 뭔지 몰라 이렇게 저렇게 물고 있었더니
갑자기 대나무 작은 구멍에서 고운 소리가 나지 않겠어. 난 배가 고픈 것도 잊은 채
이걸 불고 있었지....‘
‘그랬었군요. 너무도 고운 음색이어서 깜짝 놀랐어요. 왠지 옛날 즐거웠던 시절이
떠올라서 엄청 기분이 좋아졌어요‘
피리 소리가 너무도 고와, 두마리의 학은 배가 고파 지금까지 먹을 것만 생각하면서
끙끙 앓던 일이 우스꽝스러워졌습니다.
 
자기들을 버리고 멋대로 날아가 버린 많은 학들을 원망하면서 둘이서 매일 불평만 하고
있었지만, 피리를 주운 다음부터는 피리 소리가 너무도 고와, 얼마 안되는 먹이에도
만족하고, 둘이 나누는 이야기는 즐거웠던 추억이라던가, 멀리 가버린 학들이
행복해야 할 텐데 하는 것뿐이었습니다.
‘나는요, 피리 소리를 듣고 있으면 이토록 비참한 해만 있는 게 아니라, 곧 굉장한
풍년으로 이어지는 좋은 해가 올 것만 같은 희망이 생겨, 조금도 실망하지 않게 되었어요.
오늘은 조금 멀리까지 물고기를 찾으러 갔다 올 테니 가끔 그 피리를 불어주세요, 네?‘
아내 학이 말했습니다.
‘그렇게 하지, 다치지 않도록 다녀오구려’
아내학은 곧 날아올랐습니다. 얼마 안 되어 작은 늪에 도달했습니다. 늪 위로 물보라가
작게 일고 있습니다. 뭘까 하면서 그곳을 겨냥하여 뛰어내리자 지금까지 본 적도
없는 많은 잔 생선들이 무리를 짓고 있었습니다. 아내학은 가슴을 두근거리며
그 물고기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얼른 피리 소리가 나는 쪽으로 날아가는데
서쪽에서 새끼학을 세마리나 거느리고 오는 부부학을 만났습니다.
‘어머, 무척 오래간만이네요. 어떻게 된 거지요...?’ 아내학이 물어보자
‘참혹한 일을 당했어요. 어디를 가도 좋은 일이란 없고, 끝내 아이 둘은 병에 걸려
죽었답니다. 어디 좋은 곳은 없을까 생각하면서 이리저리 방황하고 있는데, 뭐라
말 할수 없는 고운 피리 소리가 나기에 틀림없이 저 피리소리 나는 곳에는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찾아온 것입니다‘ 라고 말합니다.
‘어머나, 그렇게 멀리까지 피리 소리가 들렸어요? 저건 다리 성치 못한 우리 주인이
불고 있는 거예요‘

아내학의 안내로 날아가 보니 자기들이 살던 동네여서 깜짝 놀랐습니다. 아내학은
피리 소리를 오랜 동안 듣고 있었기 때문에 마음이 넓어져서 아무리 자기들이
곤란해도 남에게 베푸는 건 기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서둘러 아까 잡아온 물고기를 저녁으로 내어놓고, 여행에 지친 허기진 학들에게
먹도록 하였습니다.  다리가 불편한 학도 아내학도 아주 조금만 먹었을 뿐,
‘사양하지 말고 드세요. 많이 드시고 기운을 내세요’ 라고 자꾸 권하는 바람에
학 가족은 그만 눈물을 짓고 말았습니다. 잠시 전까지만 해도, 서로 먹을 것을 감추면서
자기들 일만 생각해 온 학들 사이에서 걸핏하면 먹는 것을 놓고 싸우거나
상처를 주거나 하는, 피비린내 나는 일 만 겪어, 학들은 먹는 것과 함께 정신적인 고통으로
즐거운 날이란 단 하루도 없었습니다.
모두들 무리를 지어 약한 자를 협박해서는 얼마 안되는 먹을 것도 빼앗는 등, 강자가
으스대고 있는 겁니다.
학의 새끼들도 자연히 거칠어져서 어른들의 나쁜 점만 흉내내게 되고, 못된 말짓거리로
싸움질만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너무도 기근이 오래 계속되어 모두들 마을을 떠나버렸지만, 지금은 오히려 이전보다
평화스럽게 되어 일곱마리의 학들은 무슨 일이 생겨도 희망을 버리지 말고 이곳에서
씩씩하게 일하며 살자고 다짐했습니다.
아내학의 안내로 물고기가 많이 있는 곳을 찾았기 때문에 일곱마리 학은 검소한 마음으로
언제나 즐거운 식사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느날 밤, 너무나도 아름다운 달밤이고 금빛 빛이 휘황하게 사방을 비추고 있어
다리 성치 못한 학은 다시 피리를 불었습니다.
세마리 새끼학은 달님을 향하여 노래를 하고 싶어졌습니다.
‘어여쁜 달님-’
꼬마학이 노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가운데오빠학이
‘태어난 마을이 제일 좋아’ 하고 노래했습니다. 위의 오빠는
‘기분 좋은 밤이네. 무엇을 생각해도 즐겁기만 해’ 라고 노래했습니다.
새끼학의 엄마는 느긋한 마음으로
‘정말 우리들은 행복해졌구나. 너희들이 게걸대지 않는것만 해도 돌아오길 잘했다고
생각된단다. 乙님도 甲님도 모두 돌아와주면 떠들썩해져 좋을텐데‘ 라고 말했습니다.
아버지학은 담배를 한모금 빨고는, 다리 성치 못한 학의 피리소리에 빠져들었습니다.
피리소리는 호르르 호르르 시원한 음색을 내고 있습니다.

‘어머, 뭔가 시끌벅적한 날개소리가 들리네요. 누군가 돌아오는 것 아닌가’
이윽고 금빛 하늘에서 한마리 두마리, 세마리 네마리, 마을을 버리고 간 학들이
피리 소리에 이끌리어 돌아옵니다.
‘아무도 뽐내지 않고 모두 함께 나눠가며 먹을 수 있는 마음이라면 돌아오시오’
다리 성치 못한 학이 말했습니다.
돌아온 학들은 기쁜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 후부터는 모두 함께 일하러 갔고, 모두 사이좋게 나누어 먹었습니다.
--- 즐겁고 아름다운 학의 나라는 지금도 어딘가에 있을는지요...

깨끗한 마음이 언제나 좋아
가난해도 마음은 풍요롭지
모두 서로 나누면서
모두 함께 일하면서
언제나 깨끗한 마음으로
서로서로 사랑하며 살아갑시다.

학의 피리는 늘 그러면서 호르르 호르르 아름다운 소리를 내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