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겨울 밤 - 잡문 [雜文]
엊그제 치과에 가서 윗니 세 개를 다 뽑았다. 상한 이와 봉 박았던 이 두 개를
뽑았으니 시원하긴 한데, 서글픈 마음이 앞선다. 이 치과에 다닌지 어언 30년,
이번엔 한참 만에 갔더니 몰라보게 늙은 의사가 그래도 나를 알아보고 웃어준다.
몸도 건강하지 못하지만 특히 이가 부실해서 치과를 내 집 드나들 듯 한 나, 드디어
갈 데 까지 간 모양이다. 영하의 날씨에 앞으로 몇 번 더 갈 생각을 하니, 그리 멀지는
않지만 끔찍한 생각이 앞선다. 그래도 딸아이의 에스코트를 받으니 다행이긴 하다.
다음 치료받을 날을 예약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엄마가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걸
사야한다고 제과점과 편의점에 들러 이것저것을 구입하는 딸이 믿음직스러웠다.
긴긴 겨울밤, 우울한 마음을 달랠 겸 커피 잔을 놓고 컴퓨터 앞에 앉아 이것저것 들춰보다가
시 하나를 발견했다. 환갑을 코앞에 두고 훌쩍 저세상으로 떠나버리신 어머니가 오늘따라
사무치게 그리운 겨울밤이다.
겨울밤 : 이재봉
어머니
오늘밤에 눈이 많이 내린답니다
별일 없으시죠?
그래, 난 괜찮다 아프지 마라
딸까닥
어머니, 어머니, 목젖까지 차오르는데
전화가 끊어지고
마당귀엔
참았던 그리움이
하얗게 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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