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쓰는 편지   -   화상 [畵像]





             
                   숲에서 쓰는 편지
                                                 이 해인
기다리다 못해 내가 포기하고 싶었던 희망
힘들고 두려워 다신 시작하지 않으리라 포기했던 사랑
신록의 숲에서 나는 다시 찾고 있네
순결한 웃음으로 멈추지 않는 사랑으로
신(神)과 하나 되고 싶던 여기 초록빛 잎새 하나
어느 날 열매로 익어 떨어질 초록빛 그리움 하나
꽃과 이별한 자리마다 열매를 키워가며 행복한 나무들의 숨은 힘
뿌리 깊은 외로움을 견디어 냈기에 더욱 높이 뻗어가는 눈부신 생명이여
신록의 숲에 오면 우린 모두 말없는 초록의 사람들이 되네
사랑이 깊을수록 침묵하는 이유를 나무에게 물으며
말없음표 가득한 한 장의 편지를 그대에게 쓰고 싶네
어느새 숲으로 따라와 모든 눈물과 어둠을 말려주는 고마운 햇빛이여
잃었던 노래를 다시 찾은 나는
나무 같은 그대의 음성을 나무 옆에서 듣네
꽃에 가려져도 주눅들지 않고 늘 당당한 신록의 잎새들
잎새처럼 싱그러운 사랑을
우리도 마침내 삶의 가지 끝에 피워 올려야 한다고..
자연의 맑고 푸르름 앞에서비바람 이는 숱한 날들을
인고의 시간으로 묵묵히 보낸 그들의
한없이 깊은 사랑은 감사의 마음을 갖게 합니다.
사람에게서 받지 못한 따뜻한 위로의 말들을
푸르른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과 너그러움 속에서
더 높고 넓은 마음으로 변화되어 가는 마음을 볼 때가 있습니다.
잦은 비로 퇴색되어 지고 찢겨진 나무 잎새에 머무는
엷은 초록의 물결에 가을 느낌의 햇살이 머무는 아침입니다.
상처난 자리의 흔적마저도 예쁘고 소중함으로 다가오는 여름의 끝자락에서
아직 지지 않는 꽃들의 고운 향기와
지난 날들의 소중한 추억들을 오래 간직할 수 있는
아름다운 마음을 드리고 싶습니다.
*    *    *    *    *    *    *
이해인님의 시가 아름다워 그대에게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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