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몇살이 되면 마음이 바다같이 될까...?   -   잡문 [雜文]

한여름에 제대로 된 녹음실(錄音室)에서 녹음이라는 걸 했다.
참 오래 사니까 별일을 다 해본다면서 모두들 한껏 들뜬 기분으로....

평생을 음악과 함께 한 친구이자 우리 합창지도 선생이 가족들의 적극적인
권유에 힘입어, 본인의 표현을 빌자면 황혼의 길목에서 사랑과 그리움을 노래하여
CD에 담게 되었는데, 그녀에게 수년 동안 지도를 받은 우리들에게 까지 자리를
내 주어 노래 네곡을 끼워넣었다는 뭐 그런 이야기이다.

말이 합창연습이지 한달에 두번 모여 수다 떨고 밥먹고 하다보면
정작 노래는 뒷전이기 일쑤인데, 게다가 황혼도 지나고 어둠의 길목에 선 우리들의
목소리로 과연 듣는 사람이 눈쌀을 찌푸리지 않을 만큼 노래부를수 있을런지 우선
겁부터 나고, 아무튼 녹음하러 가는 날까지 자신이라곤 없이 걱정만 앞섰다.....

그리고 9월 막바지에 CD가 완성된 것이다. 받아 든 나는 감개무량했다.
주인공은 그 길의 프로답게 무리하지 않고 나이와 타협하면서 흔들림없이 곱고
부드럽게 불렀고, 우리 또한 예상했던 것 보다 편안하게 잘 부른 것 같아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났다.
물론 어색한 곳 이상한 구석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지금 우리 나이가 몇인가?
가까운 분이 칠십 넘어서도 목소리가 나와 합창 할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놀라와했지만, 수십년 동안 노래와는 담 쌓고 살던 우리들이 모여서 합창을 할 수
있다는 자체만도 가슴 벅찬 일이 아닐 수 없어 스스로 대견해하고 있는데
긴한 척 칭찬 아닌 평을 늘어놓는 친지들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매우 기분이 언짢아진
건 그토록 오랜 세월을 보냈으면서도 아직 마음이 도랑보다도 좁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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