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마이카여 안녕.....   -   잡문 [雜文]

처음 휴대전화라는 것을 가졌을 때, 난 벨소리 따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체질적으로 전화를 싫어하는 나는, 늘 집전화도 받기만 하고 거는데 인색해서
손가락이 문드러졌냐는 소리까지 친구들에게 듣고 사는 터라, 벨은 그저
울려 주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래서 딸아이가 넣어 준 벌레우는 소리를
그런가보다 들고 다녔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휴대전화는 아웃도어 용인데, 핸드백 속에서 스릉스르릉
울고 있는 소리를, 가뜩이나 청각이 날로 시원치 않아지는 내가 어떻게 알아듣겠는가.
중요한 연락을 몇번 놓친 다음에 딸아이에게 호소했다.
'내 그럴줄 알았지. 그럼 다른사람은 별로인데 엄마만 좋아하는 벨소리로 바꿔요'
다양한 샘플 중에서 골라낸 것이 다름 아닌 'Jamaica farewell' 멜로디였다.

작년 초여름, 집에 크나큰 일이 생겼을 때 난 휴대전화의 벨을 진동 뒤의 벌레소리로
바꿔놓았다. 아무소리 건, 하다못해 사람의 말소리마저 듣기 싫은 나날이었다.
집에만 틀어박혀 있으니 휴대전화는 자연히 서랍 속에서 잠만 잤다....

해가 바뀌고, 세월과 함께 깊은 상처도 아물어, 이전처럼 편한 마음으로 외출을 하기
시작하던 어느 날이었다. 전철 안에서 갑자기 자마이카여 안녕이 울려퍼지는게 아닌가.
사방을 둘러보다 깜짝 놀라 내 핸드백을 급히 열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엄마만의 멜로디로 바꿔 놓은 딸아이의 마음씀이 무척이나 고마왔다.   

                       Jamaica Farewell

         Down the way where the nights are gay,
         And the sun shines daily on the mountain top,
         I took a trip on a sailing ship,
         And when I reached Jamaica I made a stop.

         Chorus:
         But, I'm sad to say, I'm on my way,
         Won't be back for many a day.
         My heart is down, my head is turning around,
         I had to leave a little girl in Kingston town.

         Sounds of laughter everywhere,
         And the dancers swinging to and fro,
          I must declare that my heart is there,
         Though I've been from Maine to Mexico.

          Chorus:
          But, I'm sad to say, I'm on my way,
          Won't be back for many a day.
          My heart is down, my head is turning around,
          I had to leave a little girl in Kingston t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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