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 [雜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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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ohyun 2018. 12. 17. 12:27

요즘 살림을 딸에게 떠맡기고, 가사 일에 통 신경을 안 썼더니 이것저것 구입해야

할 게 많다기에 오랜만에 점심도 외식을 할 겸 오후 한시쯤 집을 나섰다.

한낮이라 햇볕이 따뜻할 것 같아 반코트 차림으로 나갔는데, 길가의 젊은이 늙은이

할 것 없이 모두 솜 누비 코트 차림이다. 눈이 펑펑 쏟아지고 길이 꽁꽁 얼면

모두들 뭘 입고 나다니려나, 쓸데없는 걱정까지 하는 날 보고 딸아이가 피식 웃는다.

우선 청량리 중국요리점에서 오랜만에 삼선짜장면을 시켰는데, 딸아이는 맛있다고

다 먹었지만 난 3분의 1을 남겼다. 맛이 없어서가 아니라 내 양이 그만큼 줄어서...

한낮이라 햇볕이 따사로와 산책하는 기분으로 경동시장까지 천천히 걸었다.

이 시장에 오면 언제나 느끼는데 장보러 나온 사람 대부분이 늙은이들이라는 게

왠지 씁쓸하다. 남녀 할 것 없이 상점마다 기웃거리는 늙은이들이 하나같이 카트를

끌고 있으니 걸리적거려 절로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양념꺼리가 떨어져간다며 우선 마늘과 고춧가루, 생강을 사고, 천천히 걸으면서

눈에 들어오는 흰떡, , 곶감, 그리고 저녁거리로 다듬어 놓은 동태와 어묵, 오이를 사니

둘이 나누어 들어도 짐 보따리가 묵직하다. 딸아이가 내가 든 가방이 무거워보였던지

올해 안에 한번 더 산책삼아 나오자면서 나를 이끈다. 못 이기는 척 뒤따라 나오는데,

수입품 파는 점포가 눈에 들어와 늘 식후에 먹는 쵸콜릿을 한 팩 더 사가지고 돌아왔다.

돌아와서 딸아이가 핸드폰을 들여다보더니,

엄마, 오늘 우리 4300걸음이나 걸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