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 [雜文]

난방 수리

yoohyun 2018. 11. 14. 20:17

가을도 벌써 절반은 지났으니 겨울 준비를 해야 하는데, 밑의 층에서 천정에 물이 샌다고 하니

무엇보다 보일러공을 불러 오는 게 급선무였다.

봄에 수리해준 기술자에게 연락했더니 아침 일찍부터 와서 갖가지 기계를 동원해 새는 곳을

찾는데 확인이 되지 않는 모양, 곁에서 보기 답답하고 애쓰는 게 딱하고....

지은 지 30년이 넘은 맨션이니 여기저기 탈이 날 만도 하지만, 그렇다고 홱 버리고 이사 갈

처지도 못되고... 母女만 남겨두고 훌훌 떠나버린 父子가 야속하기 그지없다.

어제는 우선 뒤곁을 치우는 일을 딸아이가 하는데, 그동안 얼마나 아무렇게나 살았는지

구석구석 치울 것 버릴 것이 끝도 한도 없이 나온다. 언제 무엇에 쓰려고 처박아 두었는지,

벼라 별 물건이 다 쏟아져 나오는 데는 어이없고 기가 막혔다.

아무렇게 버릴 수도 없어 종류별로 쌓아놓고 쓰레기장에 버리러 갈 생각을 하자, 이층이니

계단을 몇 번이나 오르내리면서 버리러 가야 하는데 무거운 건 어떻게 날라야 할는지

생각만 해도 눈앞이 캄캄해졌었지...

기술자가 오전 내내 방이랑 뒷곁을 뜯어내는데, 좀처럼 새는 곳이 나타나질 않는 모양,

몇 가지 기계를 동원하느라 오르락내리락, 곁에서 보기 안쓰럽고 미안하기도 하다.

오전 내내 새는 곳을 애만 쓰고 못 찾다가, 점심식사를 하고 오면서 다른 기계를 가져와

겨우 찾아내어 본격적인 작업이 한창이다.

딸아이와 안도의 숨을 내쉬면서도, 끝내고 돌아간 다음 어질러진 것들 치울 일을, 마주 보고

걱정하는 한심한 모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