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国政壟断)
요즘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 [국정 농단]이라는 말, 국정(國政)이란 단어는 알고 있지만,
농단을 도대체 어떻게 쓰는지, 원 뜻은 뭔지 궁금해서 찾아보았다.
농단 (壟斷/隴斷) - 깎아 세운 듯한 높은 언덕.
이익이나 권리를 독차지하다.
壟(롱) : 언덕[돈대, 구릉], 밭이랑, 무덤
斷(단) : 자르다: 絶斷(절단), 斷崖(단애), 決斷(결단)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의 대표적 한문 소설인 《허생전(許生傳)》을 보면, 허생이
매점매석으로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부분이 있는데, 요즘의 상도덕에서는 부정적 수단으로
금지하고 있는 부분이다. 이처럼 이익을 독점하는 부정적 상행위를 의미하는 고사가 바로
농단(壟斷). 이 단어는 단순한 상업 행위에서뿐만 아니라 권력을 독점하는 경우에도 사용한다.
원래의 뜻인 '깎아 세운 듯이 높이 솟은 언덕'은 맹자(孟子)에서 유래한 이야기로서,
고사로 정해진 것인데, 줄거리는 아래와 같다.
전국시대에 맹자는 제(齊)나라의 선왕(宣王)에게 자신의 왕도정치 정책을 유세했으나 선왕은
맹자의 역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맹자는 더 이상 자신의 역할이 없음을 느끼고 제나라를
떠나려 하자, 선왕은 학식과 덕망이 높은 맹자를 붙잡기 위해 맹자에게 높은 지위를 약속하는
회유책을 쓴다. 하지만 맹자는 자신의 이상을 펼칠 수 없는 상황에서 어찌 부귀를 독점할 수
있느냐고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농단의 고사 이야기를 비유 들어 제시한다..
'옛날 시장에서는 교역이 잘 이루어져 잘못되는 경우가 없었고 관리가 감독을 잘 했습니다.
그런데 한 천한 사람이 시장의 높은 곳을 찾아 올라가, 좌우를 살피면서 싼 것을 사 모아
비싸게 팔아 그 이익을 독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그를 관아에 고발하자, 관아에서는
그 사람에게 세금을 부과하여 부당한 이익을 환수했다고 합니다.'
{ 古之爲市者 以其所有易 其所無者 有司治之耳. 有賤丈夫焉 必求壟斷而登之 以左右望
而罔市利 《孟子》 }
한글 전용시대에 이렇게 어렵고 뜻 깊은 단어를 귀가 따갑도록 듣고 있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