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에 취하는 일주일....
원래가 비활동적인 인간이었지만 나이 들어가면서 점점 증상이 심해져
요즘은 거의 매일을 방콕으로 보낸다. 딸아이가 사무실을 접고, 웬만한 일은 모두
집에서 하기 때문에 일찍 일어날 필요도 없어 아홉시까지 잔다.
컴퓨터가 없었으면 뭘하면서 시간을 보냈을까? 전에는 친구들과의 전화 통화로
오전을 보냈지만 요즘은 핸드폰마저 어디에 놔두었는지 모를 만큼 사용을 안 한다.
오후 한시 넘어 딸아이가 해주는 간단한 점심을 먹고 난 후에는 습관대로 독서를 하거나
집안 잔일을 하다보면 다섯시 뉴스 시간이 된다. 요즘처럼 기막히고 한심하고 창피한
나라꼴을 어떻게 안볼 수 있겠는가. 게다가 얼마 전에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김정남
살해 사건까지 일어났으니 온 세계가 코리아를 어떻게 볼까 생각만 해도 낯 뜨거워진다.
여덟시 넘어 저녁을 먹고 나면 텔레비전 드라마 시청시간이 다가온다.
금요일만 빼고 보는 연속 드라마 3편이 모두 흥미 있는 범죄 수사물로,
내가 좋아하는 탤런트들이 주연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월화 드라마 [피고인]은, 사형수가 된 검사의 절박하고 필사적인 누명 탈출기,
지성이 주인공인데, 그동안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실감나는 연기가 나를 놀라게 한다.
수목의 [김과장]은 비즈니스 코미디 드라마. 거대상사의 비리를 파헤치는 폭력배 출신
김과장으로 분한 남궁민의 연기도 볼만하다.
그리고 토일의 [보이스]는 범죄 현장을 리얼하게 묘사하는 수사물인데, 장혁의 과격한
민완형사역이 돋보인다. 박진감 넘치는 장면에 템포도 빨라 가끔 곁의 딸아이의 설명을
들어야 하는 자신을 한심해하면서도 눈을 떼지 못한다.
암튼 집에만 있어도 지루함 같은 거 전혀 느낄 틈 없는 게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