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 [雜文]
정녕 봄은 와 있더군요.
yoohyun
2016. 4. 3. 21:08
올해는 왜 이렇게 추위가 떠나질 않느냐면서 방구석에 틀어박혀 지냈다.
일주일 전에 남쪽 끝 먼 길을 다녀오면서도 봄내음을 그다지 느끼지 못했고,
돌아와서도 치통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아, 날씨가 풀렸는지 어쨌는지도 모른 채
치과엘 다시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면서 우울한 나날을 보냈다.
그런데, 어제 오후 창 너머 유달리 따스해 보이는 햇볕이 나를 유혹하기에,
오랜만에 산책이라도 하고싶어져서 밖으로 나갔더니, 아아, 맨션 입구의 목련나무에
달린 꽃은 거의 없고, 떨어진 꽃잎이 바닥을 하얗게 덮고 있었다.
난 제대로 핀 것도 보지 못했는데.... 너무도 아쉬운 마음으로 눈을 사방으로 돌려 보니
활짝 핀 개나리도 눈에 띠고, 노랑 민들레가 화단 여기저기서 봐 달라듯 얼굴을
내밀고 있지 않은가. 진달래도 살랑대고 있었다.
그래도 어린이 놀이터 앞의 목련나무는 아직도 많은 꽃을 끌어안은 채, 햇빛을 향해
고개를 흔들고 있어, 난 걸음을 멈추고 한동안 올려다보면서 봄이 정녕 왔음을 느꼈다.
제대로 걷기를 한 게 언제였더라...
건강 유지를 위해 매일 조금씩이라도 산책을 하자고 새로이 마음을 가다듬고,
가까운 대학 캠퍼스에 들어섰다. 주말이라 학생들 모습은 드믈었으나, 운동장에서는
학생들의 축구시합이 한창이었고, 나무 그늘 벤치의 젊은 남녀 데이트 모습도 보였다.
따스한 햇볕에 산들바람까지 불어 오랜만에 제대로 된 봄맞이를 했다.
그런데, 고만큼 걸었다고, 끊어질 듯 아파 오는 내 허리! 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