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인간의 이상 심리 < 10 >
*왜 울면 점점 슬퍼지는가?
[사람은 슬퍼서 우는 게 아니라 울기 때문에 슬퍼진다] 라는 명언이 있다.
이는 19세기말의 미국 심리학자 제임스의 말이다. 그는 네덜랜드의 생리학자
랑게와 함께 [내장 심리학]이라는 사고방식을 제창했다.
곧, 울면 내장에서의 정보가 슬픔의 감정을 만들어낸다. 다시 말해 [울기 때문에
슬퍼진다]는 설을 폈던 것이다.
이 설은 한 때 부정당했으나 최근에 다시 재검토하게 되었다. 확실히 감정의 원천이
모두 내장이라고 하는 건 무리가 있는 듯나, 제임스의 설을 발전시킨 [표정 피드백 가설]에
따르면, 우는 얼굴이나 눈물이 더욱 슬픔의 감정을 강화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도대체 인간은 왜 슬퍼지는가?
지금까지 일반적인 설로는 슬픈 일이 생기면 그 자극이 뇌의 중추신경을 지나, 한편으로는
슬픔의 표현이나 눈물 의 형태로 나타나고, 또 한쪽에서는 마음속에서 “슬픔”으로
의식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표정의 피드백 가설]에 따르면, 뇌의 중추신경을 경유하여 나타난 슬픔의 표정은,
삼차신경(三叉神經: 안면경의 운동・지각을 담당하는 뇌신경)을 경유, 다시 중추신경에
피드백 된다. 즉, 중추신경은 슬픈 일 뿐만 아니라 슬픈 표정에서도 자극을 받음으로써
“슬픔”을 의식한다는 것이다.
가족의 죽음 같은 강렬한 슬픔을 당하면 사람은 기가 콱 막혀 한동안 눈물도 나지 않는
일이 자주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마침내 슬픈 감정이 끓어올라 눈물이 쏟아진다.
이 때, 처음에는 한줄기의 눈물이었던 것이 드디어 폭포와 같은 눈물로 변해 가는데,
이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면서 더욱 더 슬픔의 감정이 강해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왜 푸름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는가?
일에 쫓겨 바쁜 나날을 보낸 뒤, 쉬는 날 오랜만에 야외로 나가 둘러싸인 푸름을 보면
정말 마음이 편안해 진다. 아웃도어에 나가는 귀찮은 일을 하지 않아도, 사무실이나
공부방 창으로 푸름이 보이면 그것만으로도 약간 숨이 트인다.
이러한 “푸름의 효용”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경험으로 알고 있을텐데, 어째서 그럴까?
우선 생리학적인 이유로 설명하자면, 녹색은 모든 색 가운데 가장 인간의 눈에 편안한
색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육안으로 알 수 있는 색의 그러데이션은 무지개 색과 똑같이 빨강부터 보라까지다.
녹색은 그 그러데이션의 한가운데 있기 때문에 인간은 제일 눈에 부담을 느끼지 않고
녹색을 볼 수가 있다. 다시 말해 녹색은 눈에 편안하다는 것이다.
또 하나 심리적 이유를 드는 설도 있다.
인간의 심층심리에는, 인간이 원숭이였을 때 나무 위에서 생활해온 시대의 기억이
남아있어 많은 녹색을 보면 뇌 안에 있는 원숭이 시대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인간관계에 머리 쓸 필요 없이 자유로이 정글을 뛰어다니던 그 시걸. 푸름을 보면,
그러한 스트레스와는 무관했던 태고시절을 떠올리면서 인간은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온듯한 안도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 설을 따르자면, 스큐버다이빙을 몹시 좋아하는 사람은 원숭이 보다 훨씬 전인,
지구에 최초의 생물이 탄생하던 시절의 추억에 빠져있다는 말인가?
*왜 남이 하품을 하면 덩달아 하품이 나오는가?
피로연에서의 주빈 인사, 상사만이 늘어놓는 회의석상, 부실한 내용의 연설...
하품이 나올 정도의 분위기는 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은데, 이 때, 자기는 하려고
생각하지 않는데도 남이 하면 조건 반사처럼 덩달아 하게 되어 곤란할 때가 있다.
때로는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출연자가 하품을 하면 자신도 따라 하는... 피 암시성이
강한 사람도 있는 모양인데, 이런 하품의 ‘연쇄반응’은, 뇌의 활동레벨이 떨어져있을
때일수록 일어나기 쉽다고 한다.
하품이라는 것은 원래 호흡의 일종이다. 호흡 운동을 담당하는 건 뇌 속에 있는
호흡중추인데, 호흡중추는 피곤할 때일수록 대뇌피질(大腦皮質)과 시상(視床) 하부의
영향을 받기 쉽다.
때문에, 피곤할 때 남이 하품을 하는 걸 보게 되면 호흡 중추가 자극을 받아 자신도
같이 하품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아무리 [하품이 전염된다] 하더라도, 피곤하거나 지루하지 않으면 전염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아무리 하품을 해도, 자신이 재미있다고 느끼고 있을 때는 덩달아
하픔을 하지 않는다. 역으로 말하자면, 하품이 전염되는 상태란 건 대체로 인간이
지루해져있다는 증거다.
회사에서의 회의도 그렇지만, 모임에서 출석자들이 하품을 이어가며 하는 건, 출석자의
뇌 활동 레벨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므로 이런 때는 곧바로 끝을 내는 게 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