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 [雜文]

밤하늘에 달이 두개?

yoohyun 2010. 11. 29. 13:02

 

한 밤에 초겨울 냄새도 맡을 겸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습니다.
아무렇게나 걸친 겉옷 속으로 스며드는 찬바람에 몸을 부르르 떨면서
무심코 올려다 본 하늘에 하얗게 질린 얼굴을 한 달이 떠 있더군요.
아들의 팔을 끼고 걷던 나는 배가 불룩한 그림 같은 달에 매료되면서
‘어머, 난 수은등이 새로 생긴 줄 알았네. 어쩜 저렇게 가깝고 크지?
근데 엄마는 달이 두개로 보인다. 아마도 「1Q84」의 세계로 들어갔나 봐‘
내 웃음소리에 아들도 흐흐흐 웃더니
‘그럼 엄마가 「아오마메」?  완전히 무라카미 하루키에 빠지셨군’

난 전부터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을 좋아했지만, 환상적인 세계를 그리는
그의 소설은 잘 이해되지 않아 주로 여행기나 수필을 즐겨 읽었는데, 이번에
공전의 대히트작 ’1Q84"는 판타지에 서스펜스까지 섞여있어 흥미진진하게
장장 세권이나 되는 장편소설을 단시일에 독파했답니다.
이 소설의 여주인공 아오마메(靑豆)가 1984년에서 1Q84년으로 빠져들어가고부터
하늘에 정상적인 달과 그 옆에 초라한 연두색 작은 달이 하나 더 떠 보인다는 겁니다.
하루키다운 엉뚱한 발상인데, 지극히 현실적인 내 눈에 달이 두개로 비치는 건
말 할것도 없이 눈에 문제가 있는거지요.

7,8년 전에 오른쪽 눈만 백내장수술을 받고 왼쪽은 좀 천천히 해도 괜찮다기에
여지껏 내버려둔 것이 이번에 심하게 앓고 나자 눈이 나빠졌나 봅니다.
한낮에도 사물이 뿌옇게 보이고 곧잘 겹쳐 보이기도 하는데, 유독 밤하늘의 달은
두개로 떨어져 엔간해선 하나로 겹쳐지질 않아 곧잘 외눈으로 바라보곤 하지요.

이제 건강도 거의 회복된 듯싶으니 왼쪽 눈도 수술을 받을까?
겨울이 다가오는데 무슨 수술, 아주 안 보이는 것도 아니니 천천히 받지.
아니 얼마나 오래 살면서 뭘 그리 보겠다고 이 나이에 수술을 받아,
우선 아쉬운 대로 안 검사 제대로 받아보고 꼭맞는 돋보기나 맞춰 쓰지 뭐....
혼자서 궁리가 분분합니다.
아무려나, 책 보고, 인터넷 모니터 들여다 보고, 텔레비젼 보고, 하려면
뭔가 조치는 취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