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 [雜文]
그는 가고 없어도....
yoohyun
2003. 7. 28. 00:27
남편이 혼수상태에 빠진지 벌써 아흐레가 지났습니다.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고 중환자실에 누워, 기계에 의해 입으로 산소호흡을 하고,
호스를 통해 코로 유동식을 넘기고 있는 사람을 안타깝게 바라만 보다 나옵니다.
의사가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가까운 분들에게 연락을 취하는게 좋겠다고 한 게
닷새 전인데, 아직 맥박이 뛰고, 가쁘게나마 숨도 쉽니다.
여보, 내 목소리는 알아듣겠지? 내가 곁에 있다는 건 느끼겠지?
가슴 속으로 뜨거운 핏덩이가 흘러내립니다.
본인이 늘 입버릇처럼 말했죠. 어느날 자다가 그대로 생을 마감하고 싶다고....
여보, 그만 자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곳으로 가요, 내가 놓아줄께.
부어오른 손을 꼭 쥐고,
벗겨논 그의 흰 가슴 위로 방울방울 떨어지는 눈물을 닦아냅니다.
남편이 혼수상태에 빠진지 열흘만에 눈 한번 떠보지 않은 채 저 세상으로 가버렸습니다.
온몸의 힘이 빠지면서 주저앉고 싶기만 한 걸 죽을힘을 다 해 버팁니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는, 꼭 멍청이 같습니다.
그래도 시간은 흘러 텅 빈 집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슬픔도 허무함도 적막함도 느낄 새 없이 그대로 자리에 쓰러져버립니다.
아직은 그의 빈자리가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울컥 슬픔이 복받쳐오릅니다.
나는 오열하면서,
눈 앞에 있던 사람이 가슴 속으로 자리를 옮겼을 뿐이야, 스스로 달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