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紀行文]

'88년은 내 생애 최고의 해 (속)

yoohyun 2005. 7. 25. 13:40

니스, 칸느, 모나코, 아비뇽... 환상적이었다는 생각과, 모나코왕궁에 가기 위해
모두 스커트를 꺼내입었다는 것만 머릿속에 남아있으니, 이래도 여행했었다고
말할 수 있는건지.

독일은 하이델베르그도 좋았지만 라인강을 따라 마인하임으로 가는 길이
기막히게 아름다왔다. 로렐라이 언덕의 기념품가게에서 사온 수은온도계가 아직도
거실 한편에 걸려있다. 

       오전 내내 달려 브럿셀에 도착했는데 드라이버도 에스코터도 호텔이 어디있는지 모른다.
시내를 빙빙 돌고있자 우리 해결사의 한마디.
‘미리아빠, 내려서 택시잡아 호텔이름 대요. 그 뒤를 버스가 따르면 되잖아’
겨우 찾아갔더니 시간이 넘어 점심 예약이 취소됐단다. 할 수 없이 시내로 나와
맥도널드햄버거로 빈 배를 채우고, 짧은 시간에 그랑프라스광장 오줌싸개동상 등을
둘러보느라 줄달음질을 쳐야했다. 

깔레에서 30분간 배를 타고 영국으로!
팔에 문신을 한 으시시한 인상의 드라이버가 윈저성까지 전속력으로 달린다.
먼저 드라이버 빌리아저씨는 운전솜씨도 뛰어나고 모두에게 다정했는데...
앞으로 사흘이 걱정됐다.

소설에서, 영화에서, 그리고 사진으로 보던 런던은 상상대로 기품있게 버티고 있었다.
대영박물관의 초라한 한국코너, 언제 국력을 키우나 한숨이 절로 났다.

옥스포드와 처칠생가가 마지막 코스.
옥스포드의 한 레스토랑에서 먹은 점심의 스테이크가 얼마나 맛있던지.
조용하고 한적한 거리는 영락없는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에 나오는 마을이다.
베르사이유궁을 축소해놓은 듯한 블렌하임궁, 처칠이 태어난 곳이 남의 성이라니.  
그의 모친이 초대되었다가 산기를 느껴 객실에서 출산을 하였다는 설명이었다.

그때만 해도 젊고 건강했나보다. 낙오자 하나없이 강행군을 용케 견뎌냈다.
남편과 딸아이가 마중을 나왔는데, 3주만에 엄마를 보고 한 딸아이의 첫마디,
‘엄마가 쫄아든 것 같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