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 [雜文]

여자들이 열심히 치장하는 이유

yoohyun 2005. 6. 17. 21:57
더 이상은 버틸 수 없어, 비도 내리기에 파마를 하러 갔다.
석달만에 찾은 동네 미용실에는 어찌 된 영문인지 아는 얼굴이 하나도 없고
물론 내 단골 미용사도 보이질 않는다.
그 중의 앳된 미용사 하나가 발딱 일어나서 우산을 받아들고,
핸드백도 라커에 넣고 하기에 그냥 그 미용사에게 내 머리를 맡겼다.

머리 길이는 다듬기만 하고 파마는 빠글빠글하지 않게 굵게 말아달라고 주문을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한시간 반을 지리하게 보낸 끝에 샴푸까지 하고 거울 앞에 앉으니
영락없는 아프리카 깜둥이 머리가 아닌가.
‘아니, 그렇게 굵게 해달라고 했는데 이게 뭐에요?’
‘잘 나온거에요. 이래도 어머니 머리는 힘이 없어 금방 풀려요’
기가 막혀 말도 못하고 있는데, 구립뿌(?)를 디립다 말더니 드라이어로 말려
더더욱 요상한 스타일로 마무리를 짓는 것이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화낸다고 해결될 것도 아니고 해서 부러쉬로 박박 빗은 다음,
내 이 미용실에 다시 오나봐라, 휙 나와버렸다.

비는 추적추적 내리는데, 청승맞게 혼자 늦은 점심을 사먹고는 시내로 나갈까 하다가,
머리꼴이나 옷매무새로 보아 철량리까지가 한계다 싶어 롯데백화점엘 들렀다.
지하 식품부에 내려가면 볼 일 끝나는데 굳이 2층으로 올라갈 게 뭔지, 아무튼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베네똥 판매부스의 예쁜 7부소매 가디건이 눈에 띠어
충동구매를 했다.
그리고 꽃분홍색 얇은 세타를 철 지나 싸게 판다기에 제일 큰 사이즈로 하나  더 샀다.

처음에 기웃거리는 나를 시큰둥하게 바라보던 판매아가씨의 태도가 확 달라진다.
‘따님 사이즈 아세요? 만일 안맞으면 바꾸러 나오세요. 옷에 달려있는 거 떼지 마시구요.
참 어머니, 지금 사은품행사 하고있거든요. 조-기에서 에스컬레이터 타시고
4층으로 올라가세요. 거기서 왼쪽으로 꺾으면... 잘 모르시면 물어보시면 되요.
아무튼 이 영수증 내보이면 사은품 드릴테니 꼭 받아가세요, 아셨죠?‘
이건 완전히 백화점 첨 들른 노친네 취급이었다. 픽 웃음이 났다.
하긴 그 아가씨들이 겉모양 보고 손님 판단하지 지갑 들여다보고 하겠는가.
이래저래 기분 더러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