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 [雜文]

활자를 읽는 것은 병이다

yoohyun 2004. 11. 16. 13:58
내가 좋아하는 일본 작가 중에 이츠키히로유키(五木寬之)라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의 수필집 '지(知)의 휴일' 의 제1장 '책과 논다' 에 첫 대목이 아래와 같이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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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병에 걸려 있다. 그것도 아주 어렸을 적부터 상당히 오래 지속되는 병이다. 아마도 일생동안 이 병과 연을 끊을 수 없으리라. 나의 지병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나뿐만이 아니라 주위를 둘러보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같은 병에 걸려 있음을 느낀다. 이 병은 근대에 이르러 대중화되고, 이제 지적 엘리트의 독점물이라고는 할 수 없게 되었다.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같은 병에 걸려 있으면서도 그것을 의식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이 병은 바로 [활자를 읽는다] 라는 병이다. 초등학생부터 고령자에 이르기까지 활자 없이 지내는 날은 단 하루도 없을 것이다.
나는 글을 쓰는 직업 때문에 특히 활자와 인연이 깊은데, 그렇다고 직업적 필요성에 의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어렸을 적부터 활자를 좋아해서 어느틈엔가 활자 의존증에 걸리고 말았는데, 이를 굳이 [병]이라고 하는 것은, 책을 읽는 행위와 활자 중독과는 어딘가 차이가 있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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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평생을 이 병에 시달려 왔기에 도대체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궁금해졌다.
아직 여섯 파트가 남아 있지만, 미루어 짐작컨대 병을 고칠 생각 말고 병과 재미나게 놀라는
이야기일 게다.  하지만 요즘은 놀고 싶어도 눈이 말을 안 들으니 그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쓰여 있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다 읽고 그럴듯한 대목이 있으면 꼬리를 달 것이니, 흥미 있는 분은 조금만 기다리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