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紀行文]

나홀로 코베(神戶) 나들이

yoohyun 2004. 10. 24. 01:26
요즘 들어 부쩍 나이타령을 하게 되는데, 평소에 잊고 살던 내 나이를
이번 여행에서처럼 절절히 느낀 적은 없었습니다. 처음 하는 나홀로 여행도
아니건만 공연히 가슴이 두근거리고, 말도 제대로 나오질 않아 낭패를
보는 일이 여러번 겹치더군요. 이제 낯선 곳 혼자 구경 다니는 일도
완전히 접어야 할까 봅니다.

그런 면에서 코베(神戶)의 반나절 시내관광투어는 편안하고 즐거웠습니다.
요행히 맨 앞자리에 혼자 앉게 되어 앞의 넓은 창 너머로 코베시를 바라보면서
안내양의 상세한 설명에 귀 기울일 수 있었지요.
코베지진이 일어난지 올해로 10년이라나요, 말끔하게 재건된 거리 모습에서
난 전혀 처절했던 그날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세계 최장의 적교(吊橋)라는 아카시(明石)해협대교를 건너면 아와지시마(淡路島),
부산의 광안대교와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무척이나 아름다운 실루엣이더군요.
다리를 건너 아와지 하이웨이오아시스라는 공원에서 잠시 휴식하면서 아이들처럼
아이스콘을 하나 사 먹었지요.

바닷가의 포토피아호텔에서의 점심식사가 마지막 코스였는데,
8층 중국식당에서 제대로 된 요리가 나와 조금 놀랐습니다.
정원에서 결혼식을 끝낸 신랑신부와 가족들이 기념촬영 하는 것을
바라보면서 천천히 중국요리를 음미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