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글 [客文]

달 속의 단풍

yoohyun 2003. 10. 30. 19:51
가끔 복권 당첨되듯 생각잖게 길 떠날 일이 생깁니다.
오늘도 만사 제폐하고 나들이...꼭이 놀러나가는 일은 아니었지만
우리네 삶이 어떻게 꼭 집어 이름표 달듯 할까요.
콩밭 매러 나가서도 동네 아줌니들과 수다떨고,
입으론 만리장성 쌓으면서도 손으론 만두 빚고 다듬이질하고, 마당 쓸고 돈 줍기잖아요.^ ^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카메라를 챙겨 들었습니다만
돌아오는 길에 짚어보니 정말 아름다운 단풍은 화면에 담아오질 못했습니다.
전문 작가도 아니면서 일행들 길 막으면서까지 <작품>을 만들겠단 욕심 부리는게
어쩐지 면구스러워서요.
그래도 섭섭치 않았습니다.
아찔하도록 선연한 붉은 색, 화면 아니라도 마음 속에 찍혔다면 그것으로 족하지 않을까..
애탄가탄, 지나치게 그악을 떠는 일도 편안한 얼굴을 만드는데 도움이 못 될듯 싶어요.

반달.
달이 어찌 줄었다 늘었다 할까요. 본디 하나인 것을.
아름다운 여인이 하늘가에 툭 던져놓은 빗살같은 반달의 나머지 반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가슴 속에 남아 있단 귀절이 좋아  선배님 홈에 올려드립니다.
오늘 찍은 사진, 썩 마음에 들진 않지만 감나무의 의미를 되새기고 싶어서요.
감꽃판, 시반(枾伴)이라구요.
꽃이 시들어 열매 맺어도 꽃판은 끝까지 남아 지켜준다 해서
변하지 않는 마음을 비유한다네요.
Well - Being 을 도와 주시는 고마운 분들 중 하나이신 유현 선배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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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
一山詩 19
이성선

반은 지상에 보이고 반은 천상에 보인다.
반은 내가 보고 반은 네가 본다.

둘이서 완성하는
하늘의
마음꽃 한 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