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飜譯]/일한번역 [日韓飜譯]

파스타라도 삶지 그래! - 무라카미하루키

yoohyun 2010. 5. 6. 10:33
난 이태리 거주 때 운전면허를 취득했기 때문에 대담하게도 초보자 드라이버 시대를
로마 거리에서 보냈다. 그래서 -로마를 방문한 적이 있는 사람은 아마도 이해할 것이다-
웬만한 일은 무섭지 않다. 로마 거리는 세계 어느 도시 보다도 드라이버에게 혼란과
흥분과 두통과, 그리고 굴절된 커다란 기쁨을 안겨주기 때문입니다. 정말입니다.
의심스러운 사람은 로마에 가서 렌터카를 빌려 스스로 운전해 보십시오.

이태리인 드라이버의 특징 중 하나는, 뭔가 문제가 생기면 곧바로 창을 열고 고함을
지르는 일이다. 동시에 팔까지 휘두른다. 운전하면서 이 짓을 하니 곁에서 보노라면
상당히 불안하다. 이태리인 친지는 운전이 서툴러 터덜터덜 달리고 있는 아줌마를 보면
앞지르면서, 피아트-우노의 운전석 창을 열고(그러기 위해서는 재빨리 빙글빙글 핸들을
돌리지 않으면 안된다), ‘시뇨라, 당신 운전 따윈 하지 말고 집에서 파스타라도
삶으시지 그래!’ 라고 고함친다. 서툰 운전자에 대해 너그럽지 못한 것도 이태리인
드라이버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이다.

하지만 그럴 때 마다 나는 아줌마를 동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아줌마라 해도 생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차를 운전하고 있는지 모르는 일이다. 그래서 집에 돌아가면,
실제로 파스타를 삶으면서 아들을 향해 눈물을 글썽이며 푸념할는지도 모른다.
‘엄마 말야, 오늘 운전하다가 “시뇨라, 당신 운전 따윈 하지 말고 집에서 파스타라도
삶지 그래!’’ 라고 고함치는 소릴 어떤 남자한테 들었어‘ 하고. 참 안됐다.
일본이라면 ‘집으로 돌아가서 무라도 삶지그래!’ 그렇게 되나.

이상한 일인데 이태리 파스타는 맛이 있다. 당연한 일이지 그게 어째서 이상하냐고
할지 모르나, 내가 그렇게 말하는 것은, 이태리와 인접해 있는 다른 나라에서 먹는
파스타는 모두 맛이 없어서이다. 국경을 한걸음 건너 선 것만으로 파스타가 갑자기
믿을 수 없을 만큼 맛이 없어진다. 국경이란 참 이상한 거다. 그래서 이태리에 돌아오면,
그 때 마다 ‘아아 이태리는 참 파스타가 맛이 있구나’ 하고 새삼 절절하게 느낀다.
생각하건대, 그러한 ‘새삼 절절히’가 하나하나 우리들 인생의 골격 형태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도쿄의 이태리요리점 파스타도 상당히 수준이 높다. 남의 나라 요리인데 신통하게도
잘 만든다고 감탄한다. 그지만 국경을 넘어 돌아와서 그 근처 식당에서 ‘아아 맛있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먹는 이태리 파스타의 ‘새삼 절절히’ 감은 역시 느낌이 다르다.
요리란 요컨대 ‘공기첨부’인거죠. 진짜로 그렇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