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飜譯]/일한번역 [日韓飜譯]

이 정도면 됐지 - 무라카미 하루키

yoohyun 2010. 4. 21. 15:30
자랑이랄 것 까지는 아닌데,  태어나서 여태껏 ‘무라카미씨는 핸섬하네요‘  라는
진심어린 말을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 역에서 전철을 기다리고 있을 때
모르는 여인으로부터 ‘길에서 뵐 때부터 흠모해왔어요’ 라고 쓰인 편지를
건네받은 경험도 없다. 못생겼다고 눈 돌리는 사람을 본 기억도 없지만
(있었어도 눈치를 채지 못했을 가능성은 있지), 넋을 잃고 쳐다봐 주는
사람도 없었다.
하지만 뭐 내 개인뿐만 아니라 이 불완전하고 내일 일을 알 수 없는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그다지 눈에 확 띄지 않는 침침한 에어리어에서,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이 꾸준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게 아닌가 하고,
멋대로 상상하고 있는데, 그렇지 않을런지도 모르겠다.

우리 마누라는 가끔씩 ‘아아, 좀 더 미인으로 태었났으면 좋았을걸’ 하고, 거울을
드려다 보면서 탄식조로 중얼거리는데(우리 어머니도 같은 말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여태껏 ‘좀 더 핸섬하게 태어났었더라면’ 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또렷하게
기억할 순 없지만 아마도 없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내가 그렇게 말하면 우리 마누라는 ‘당신 참으로 뻔뻔스럽네. 기막힌 성격이군요’
하면서 어처구니없어 한다. 하지만 그건 아니다.
결코 뻔뻔스러운 건 아닙니다. 지금까지 딱히 뭔가에 부자연스러웠던 기억도 없고,
불편도 느끼지 않았기 때문에 ‘뭐 이 정도면 됐지‘ 라고 정직하게 말하고 있을 뿐,
결코 ’현재 상태로 충분히 핸섬하다‘ 고 주장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거기에는 매우 큰 차이가 있다.

지금까지의 인생 과정에서, 불특정 다수의 여성으로 부터 인기를 끈 기억은 없지만
몇 명의 여성에게 개인적인 호의를 품은 적은 있고, 그 중의 몇 명은 다행이도 한동안
사귈 정도로 나를 좋아해 주었다. 그리고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서 말 할 수 있는 것은
‘아무래도 그녀들은 핸섬하다는 이유로 나를 좋아한 건 아닌 듯싶다’는 것입니다.
필경 나의 思考나 느낌, 選好, 話法 등 여러가지 요소(얼굴도 조금은 포함되어 있을
것이라고 자부하고 있는데...)를 종합하여, 그런 종합체로서의 나를 일시적이긴 해도
마음에 들어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나에게 있어 의심할 여지없이 핸섬하다거나 핸섬하지 못하다는 것 이상으로
영양가 높은 사실이며, 내가 이 길고도 번거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상당히 큰
격려가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대로도 별로 부자유스럽지 않고. 이 이상
핸섬해지는 걸 바라지도 않고‘ 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래도 역시 뻔뻔스러운건가, 이건?
뻔뻔스러울 거야, 틀림없이.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