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즈여행 낙수(落穗)   -   기행문 [紀行文]

 

재작년 가을 일본 시고쿠(四國) 여행을 했을 때만 해도 비행기 예약부터 호텔예약,

관광지 선택까지 전부 내가 했었는데, 올해는 전혀 엄두가 나지 않아 오랜만의

이즈(伊豆)교류회 참가를 망설이고 있었더니 딸아이가 자기에게 일임하란다.

참으로 편한 세상이 되어, 인터넷으로 모든 일을 차질 없이 해낸 딸 덕분에 편안하게

34일의 이즈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말은 못해도 일본글과 한문을 읽을 줄 아는 딸의 곁에서, 꼭 필요할 때 몇 마디

일본말을 하는 것으로 족했다. 걱정은 내 체력으로, 조금만 걸으면 허리가 아프고

종아리가 뒤틀리는 바람에 곁에서 조마조마한 모양이었으나 그 염려는 온천이 해결해줬다.

 

일본과 한국에서 번갈아 열리는 한일교류회가 벌써 16회째, 그 동안 이런저런 사정으로

자주 빠지다가, 이번에는 일본의 이즈(伊豆)에서 열린다는 소릴 듣고, 川端康成

伊豆를 번역본으로 읽은 딸이 흥미를 느꼈는지 경비 일체를 자기가

부담하겠다면서 일을 추진시켰던 것이다.

교류회는 예년과 동일했으나, 그동안 친해진 일본회원들이 거의 참석하지 않았고,

낯선 회원들뿐이어서 섭섭했는데, 편지만 주고받았던 녹풍회(綠風會)일본회원을 만나

잠시나마 반갑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기뻤다.

 

유명한 슈젠지(修善寺)는 여느 일본절과 다를 게 없어 대충 둘러보고, 근방의 대나무숲과

붉은 다리, 오솔길 등을 걷는데 비가 오락가락하여 기분을 우울하게 만든다.

기념품점 젊은이에 이끌려 안으로 들어갔더니 한국인임을 알고는 반가워하면서, 요즘은

하루에 다녀올 수 있는 한국여행 코스도 있다는 등 이야기를 늘어놓는 바람에 그냥 나올

수 없어 기념품 몇 개를 구입했다. , 점심을 먹은 레스토랑 웨이터의 명찰이 김ㅇㅇ,

반가와 몇 마디 주고받았는데, 호텔방으로 저녁 준비 되었다고 찾아온 호텔 종업원이

낮에 식당에서 만난 그 청년이라 깜짝 놀랐더니 그 레스토랑을 호텔에서 경영한다는 것이었다.

 

딸이 골라낸 시미즈(淸水)의 미호노마츠바라(三保松原)는 이번 여행에서 최고로 멋졌으나

걷기가 무척 힘들었고, 바다 너머로 보인다던 후지산이 날씨 탓인지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

돌아오는 길에 작으마하고 멋진 양식집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돈카쓰샌드의 돼지고기가

덜 익었고, 머리카락까지 나왔다면서 딸아이가 반도 안 먹고 포크를 내려놓는다.

햄버그샌드도 맛이 없어 절반을 남기고 일어났다. 계산을 끝내고 머리카락이 나왔다고

한마디 했더니 나이든 마담이 깜짝 놀라면서 밖으로까지 따라 나와 천엥을 손에 억지로

쥐어주면서 미안해 어쩔 줄을 몰라 한다.

 

시즈오카는 생각보다 훨씬 큰 도시였다. 역 근처의 번화가를 산책하면서 딸아이가 미리

알아낸 맘모스서점에 들렀다. 굉장히 큰 규모로 카세트테이프 코너도 있고, 스타벅스

커피솝도 한켠에 자리하고 있었다. 한바퀴 돌아본 다음, 계산대의 젊은 남성에게, 혹시

헌책 코너는 없느냐 물었더니, 여긴 없고, 큰길 끝쯤에 고서점이 있다면서 이름을 대준다.

난 들고 있던 메모지에 서점 이름을 써 받고(참 친절한 젊은이였다) 쉽게 찾아가 문고본

다섯권을 700엥에 살 수 있는 횡재를 했다.

 

만기가 가까운 여권 연장할 마음 전혀 없고, 일본 여행 다시 올 일 없으니 애초부터

환전을 필요한 만큼 밖에 못하게 했는데, 의외로 교통비가 많이 들어 여비가 빠듯했지만

그런대로 잘 먹고, 잘 보고, 잘 놀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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